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재혼해 살고 있습니다.
잠을 자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남편의 외모에 대한 고민 + 키스를 심각하게 못하는 것에 꽂혀 있었다.
그럼에도 스스로 남편에게 상처 줬다는 자각은 있었는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선톡을 하면서 혹시나 걱정하고 있을 남편을 달랬다.
혼자서 고민해 봤자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자,
다시 또 친구들에게 상담을 했다.
나의 결혼에 대한 갈망과 여러 번의 상처를 모두 아는 친구들은
웬만하면 내가 방황을 끝내고 한 남자와 정착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번에 만난 남자는 진짜 다 좋은데 좀 못 생기고 키스를 너무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하냐'였다.
[A남 vs B남] 고를 때는 A남을 고르던 친구들이
이제 그 B남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 결혼하면 키스 따윈 안 한다.
-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 내 남편이랑 키스한 기억이 안 난다.
- 외모가 뭐가 중요하냐.
-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 사람이 중요하다.
- 직업은 튼튼하냐. 이 외국계 회사 뭐 하는 곳이냐.
- 시부모님 노후준비는 되어있냐.
- 그 남자 쪽 아이들은 비양육인데 어떻게 키울 생각이냐.
난 키스 못하는 남자가 고민이었는데, 친구들은 그 따위게 뭐가 문제냐면서 현실적인 질문들을 잔뜩 던진다.
하긴 맞다.
결혼은 현실이지.
내가 또 까먹었네.
키스 따위 결혼하면 몇 번이나 할까.
(지금 결혼하고 신혼이라 겁나 많이 한다.
남편은 리미트에 수렴한다고? 머라더라?
암튼 여태 남들보다 못한 만큼
앞으로 남들보다 많이 하고 죽을 거라나...)
어쨌든 이렇게 현명한 유부녀 친구들의 도움 덕에 우리 커플의 첫 번째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ㅎ
사실 이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는데,
남편이 절치부심을 했는지,
그다음에 만났을 때,
정말 터프하게 키스를 딱! 하는데!
그래! 잘 하드라~!! ㅎㅎㅎ
그전엔 처음이라 긴장해서 그랬던 거 같다.
애가 둘씩이나 있는 돌싱남이 못하면 그건 진짜 좀...
도대체 애 둘은 어떻게 만든겨?
진짜 그때 분위기도 안 잡고 조급하게
입술부터 쭈욱 내미는 그런 건 무슨 20대 남자가 인생 첫 여자친구한테나 하는 행동이지...
도저히 40 넘은 돌싱남이 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었다고!
40살 넘으면 미혼남보다 차라리 돌싱남이 낫다고 하는 이유가 뭔데!
혼자 살아오면서 온갖 고집, 습관, 버릇 다 쌓여서
같이 더불어 살기 힘든 미혼남보단
그래도 여자랑 살아본, 누군가랑 한 번이라도 부대끼며 부딪쳐 본
돌싱남이 그나마 낫겠다 싶은 거라고!
어쨌든 그렇게 남편의 키스는 부드러워졌다. (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