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재혼해 살고 있습니다.
"오빠가 잘생겨보여!"
무슨 개구리 왕자가 키스하고 왕자로 변한 것도 아니고...
두번째 거사를 치르고 밀면을 먹으러 갔는데...
그 집 밀면 맛이 좋았는지 조명이 좋았는지...
갑자기 내 앞에 앉아있는 남편이 너무 잘 생겨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도 대머리 같던 이마는 훤칠하니 시원해보였고,
안 좋아보이던 피부도 햇빛 아래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피부가 되어 있었다.
눈썹도 찐하고 눈도 똥그랗고 코도 오똑하고 입술도 도톰하고.
치아는 울퉁불퉁하지만 관리가 잘 되어 깨끗하고.
내 눈이 이상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두번째도 첫번째처럼 결국 내가 먼저 가자고 했다.
어색하게 쭈뼜대다가 '에잇~ 가자!' 해서 대낮에 가게 된 대실이었다.
남편은 도대체 이런 면에서 어떻게 할 줄을 몰라 해서 내가 거의 리드를 했다.
처음 키스 때 내가 상처를 줘서 그랬나...
어쨌든 내가 이런 면에서 내숭이 없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진짜 역사 쌓으려면 하세월 걸렸을 것 같다.
나는 두번째가 더 긴장됐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두번째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자신감 풀 충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정말 그 날 내 인생을 통틀어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
(그 이후로도 계속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ㅋ)
그 날 나의 반응을 보고 남편도 굉장히 만족스러워하는 거 같았다.
처음과 다른 반응이었다.
이혼 후 너무 오랜 공백기로 긴장을 했었나...
뭐든 두번째부터 잘하는 남편이었다. ㅋ
어쨌든 그렇게 놀라운 경험을 해서 그랬던 건지...
그 직후에는 그냥 그랬는데...
갑자기 정말 갑자기 남편이 잘생겨보이는 거다.
그 밀면 맛집에서 밀면을 먹다가!
이게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인가 싶어서
내 눈을 씻고 다시 보고 또 봐도.
잘생긴 얼굴로 보였다.
너무 신기했다.
사랑에 빠진 순간이었다.
근데 그게 그렇게 시간차가 오나?
참 이상하다.
그 이후부터 내 눈에 남편은 대체로 잘생겨보인다.
처음 만났을 때, 그 얼굴은 생각이 안난다.
그 때 느꼈던 그 느낌은 분명 생각이 나서 남편 얼굴을 쳐다보면,
내가 어떻게 이 얼굴을 그렇게 못생겼다고 생각했지? 싶다. 하하하
정말 놀랍다.
인체의 신비, 기적의 순간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더니...
그래서 세상이 돌아가나보다.
인류의 종족 번식도 아주 활발하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