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그 사람의 행동과 현재, 나와의 케미.
돌싱남을 사귀게 되면 주위에서 이혼 사유를 꼭 물어본다.
그게 그렇게 궁금한가 보다.
도대체 그 남자는 무슨 문제가 있길래 이혼을 한 거냐.
걱정되지 않냐는 식이다.
나도 돌싱을 만나면 왜 이혼했는데 물어보긴 하는데,
그건 뭐 서로 인생사가 궁금하니 물어보는 거지,
니가 무슨 흠이 있어서 무슨 잘못으로 이혼했냐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이혼 9년차 쯤 되다 보니 이혼사유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 것뿐이다.
심각한 결격 사유가 아니라면 솔직히 그냥 그렇다.
어차피 다 자기 시각에서 보고 설명하는 거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서 그렇다.
그리고 결국 중요한 건 나랑 이 사람이랑 맞냐 안맞냐라서 그렇다.
그래서 이혼하게 된 경위, 이야기들을 듣고 참조하긴 하지만 그게 결정적인 선택 사유가 되진 않는다.
그냥 듣고 '어? 이건 내가 되게 싫어하는 건데? 내가 그걸 감싸 안고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판단한다.
1. 남자들이 말하는 대표적인 이혼 사유는
'전아내의 외도'다.
이런 경우 아주 당당하다.
이혼할 만할 사유가 너무 타당했다 이거지.
그래서 아주 확실하게 말한다.
상대가 가정파탄의 주범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사실 그렇게 말하면 '아~ 그렇구나' 하고 사람들이 더 질문도 안 한다.
그런데 이럴 경우가 더 잘 살펴야 한다.
당연히 거짓말하는 남자도 있으니 진짜 그 사유 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혼사유가 진짜 바람이라면 대부분의 이혼남은 재산을 상당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꼭 애기를 상대방이 키우니까 자기가 그냥 다 주고 나왔다고 말하는 경우?
이건 상대가 진짜 바람을 폈다고 했을지라도,
남자도 바람을 폈다거나 다른 폭력이나 여자 외도에 상응하는 잘못이 있었다는 얘기이므로 진짜 잘 살펴봐야 한다.
생각해 봐라 상대가 잘못했는데 내 재산을 왜 내놓나.
이혼할 때 남자들이 돈 만원 가지고 더 추잡하고 쪼잔하게 군다.
이혼변호사들이 그래서 남자들한테는 성공보수받기가 힘들다고 하더라.
이 사회에서 돈이 권력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게 남자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여자 외도라는 걸 들었을 때 추가적인 질문으로 좀 더 파고들면 당황하는 경우가 꽤 많다.
- 외도가 한번이었냐.
- 상간남이 어떤 관계의 남자였냐.(직장동료냐, 동네아저씨냐, 어릴 때 동창이냐 등)
- 어떻게 외도를 알게 됐냐.
- 아이들이 있는데 용서해 줄 생각은 안 해봤냐.
등등등
외도가 정당하다는 건 아니지만
많은 경우 아내의 외도는 남편의 방치가 상당히 있었을 가망이 있다.
뭐 남자 외도해서 복수한다고 맞바람 하기도 하고...
그렇기에 아내가 왜 외도를 하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남자는 별로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을 거다.
재주껏 눈치껏 알아내야 한다.
그래서 그런 걸 들어보고 내가 감당할 만하다 싶으면 만나면 될 것 같다.
근데 전아내가 외도를 한 남자들은 어떤 사연이던지 되게 마음의 상처가 큰 것 같았다...
2.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혼에 있어 자신의 유책사유가 없다고 생각할 경우,
전아내의 잘못을 아~~~ 주~~~ 구체적으로 말한다.
- 사이비 종교에 빠짐. 장인/장모의 부당한 대우. 자녀 학대. 사치. 낭비 등등
아마도 이것도 자신들이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이런 경우는 뭐 사실 그게 진짜 사실인지 확인하고 사실이라면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중점으로 보면 된다.
나랑 잘 맞을지, 내가 원하는 사람인지 등
(사실 확인을 잘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3. 남자 본인의 유책사유가 좀 더 클 경우,
전아내의 잘못을 뭉뚱그려 말한다.
그냥 기억에 남지 않게 성격차이니 싸움을 많이 했니 등등 뭐 암튼 대충 말을 한다.
이런 경우는 웬만하면 안 만나길 추천하지만,
그래도 그러다가는 남아나는 남자가 없을 테니까,
남자의 직업이나 생활력이 확실하다면 잘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근데 간혹 이런 남자들이 이혼의 충격? 전아내의 그늘? 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있으니까
그런 기미가 보이면 헛된 희망을 갖지 않고 헤어지는 게 낫다.
사실 전아내한테 미련이 많이 남는 케이스들이다.
자기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니 미련이 남을 수밖에...
4. 남자가 위선자일 경우,
자신이 모두 잘못했다고 말한다.
- 내 잘못이 컸던 것 같다.
-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식으로 반성을 했다는 뉘앙스로 말을 한다.
가장 위험한 족속이다.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람은 웬만하면 그냥 안 만나는 게 좋은데,
굳이 만나고 싶으면 구체적으로 계속 물어봐라.
정확히 어떤 부분을 반성했고, 어떤 사건이 기억에 남는지 잊을만하면 계속 물어보는 게 좋다.
분명 말을 겁나 청산유수로 할 거다.
그렇지만 계속 물어보다 보면 말하는 게 조금씩 바뀐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분명 올 거다.
그걸 무시하면 안 된다.
웬만하면 그냥 이혼남은 안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놓고 나는 만났지;;; 근데 나도 애 둘 딸린 이혼녀니까ㅎ)
솔직히 중고남 만나서 뭐 하냐,
아직 결혼 못 한 미혼남들 투성인데...
그런데 본능적으로 이혼남은 어찌 됐든 어떤 여자가 이미 한번 결혼해서 증명을 했다.
그렇기에 좀 더 안전한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직업 좋고 능력 좋은 이혼남들은 재가하거나 연애하기가 비교적 수월한 것 같다.
그게 참 신기했다.
왜 미혼남들이 더 연애나 결혼을 못하고(안 하는 건가ㅎ)
한번 해본 사람들은 계속하는 건지...
자신감의 차이인가...
내가 처음 이혼했을 때는,
이혼남에 대한 편견이 컸다.
어떻게 남자가 지 가정 하나 못 지키고 이혼을 하냐.
난 그런 남자 만나기 싫다.
남이 버린 남자 주워다 쓰기 싫다.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돌싱남을 만나도 날이 서 있었다.
이런 편견을 지우게 된 건,
30대 후반이 돼서 선택지가 없어져서도 있지만 ㅎ
박영진 변호사님 블로그에 나온 놀라운 이혼 사례 글들을 읽고 나서였다.
거기 나온 사례들은 이혼남에 대한 내 편견을 바꾸는데 충분히 생생한 사례들이었다.
어디까지나 나는 내 주변의 시선에서만 결혼을 바라보았기에,
그렇게 힘들게 결혼 생활을 하는 남자들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말 사람은 끼리끼리라고...
진짜로...
내 주변에는 아직도 힘들게 시집살이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 부분 때문에 아직도 남편이랑 맨날 다툰다.
나랑 내 친구들처럼 힘든 여자들이 더 많다
VS
아니다. 요즘은 남자들이 더 힘들게 산다
이런 건데...
진짜 그냥 놀라울 정도로 달랐다.
내 입장은 여자가 맞벌이, 시집살이, 중소기업 다니고 집안일 안 하는 남편.
그래도 아이랑은 사이좋고 바람 안 피고 착해서 참고 사는 경우.
남편 주변은 다 남편이 대기업이나 공기업.
아내는 애 때문에 경단녀 돼서 희생된 전업주부.
그래서 큰소리치고 시댁도 안 가고 밥도 안 차려주고
남자가 쉬는 날에는 애들 돌보고 빨래 청소 다 한다고;;;;
내가 말도 안 된다고!
그런 사람은 소수라고!
소수니까 여자들이 결혼을 안 하지!
남자들이 다 그러면 여자들이 다 결혼하겠지!
라고 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힌다.
(근데 애초에 대기업이나 공기업 다니는 남자가 몇이나 된다고...)
남편이 오히려 더 큰소리다.
저렇게 안 하면 요즘 세상에 결혼도 못하고 이혼당하니까 저러는 거 아니겠냐고;;;
하아;;;
정말 우리 모두는 같은 하늘이지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나 보다.
어쨌든 나는 이혼하고 많은 돌싱들을 만나고 이혼 사유를 들으면서
나름 판단력이 생겼고,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을 키워갔다.
결국 나 자신을 잘 아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야 어떤 사람이랑 내가 잘 살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이혼 사유는 아무리 법원 판결문에 명백하게 나와 있다고 하더라도 전부가 아니다.
사람은 변하기도 하고 자신과 맞는 사람과 있을 때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