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보고에 반영되지 않은 기후회계와 지속가능성 공시
최근 국가별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진행되면서 지속가능성 공시가 재무보고와 함께 ‘기업보고’ 의 핵심적인 양대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재무정보와의 연계성을 요구하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들은 빠르게 진화되고 있으나, 그 근간이 되는 기후 관련 사항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기후회계에 대한 기업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듯하다. IIGCC 등 투자자들은 “기후위험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라”, “회계처리 과정에서 실종된 기후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라”라고 기업에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BP 최대 175억달러(약 21조)를 손상손실로 인식하기도 했다. 이제 기후회계는 비즈니스의 본질적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회계기준은 본질적으로 과거에 발생된 거래를 역사적 원가주의에 따라 인식·측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과거지향적인 정보’에 기반하지만, 미래의 불확실성 이 내포된 ‘미래지향적 정보’인 일부 추정항목들도 포함한다. 여기에는 유가증권평가, 대손충당금, 손상손실, 충당부채, 이연법인세자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불확실성 요소로 ‘기후’에는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이 있다. 물리적 위험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홍수 등으로 인한 위험이며, 전환위험은 저탄소경제로 이행하는 데 있어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규제강화, 고객수요변화 등으로 인한 위험을 말한다.
현재 회계기준에서는 원칙중심의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특정한 불확실성 요소로 ‘기후변화’ 또는 ‘지속가능성’을 명시적으로 나타내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기후위험들 모두가 재무정보와 연계되지는 않으며, 장·단기기간에 걸쳐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재무제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령, 금년도 홍수로 인한 공장 시설 피해는 단기적으로 현재 재무적 영향으로 조기 처분계획, 내용연수 단축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손상손실을 재무제표에 바로 인식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현재 홍수로 인한 조업 중단이 생산량 및 매출감소로 이어져 가까운 연도 중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비즈니스 계획수립 시 향후 홍수의 주기 등을 고려하여, 향후 10년간 생산시설의 예상 손실 등에 대한 예상 재무적 영향을 추정해 볼 수도 있다.
회계기준에 따라 기후 관련 요소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은 ‘현재 재무적 영향’에 관련된 영역이며, 두번째 미래지향적 정보인 ‘예상 재무적 영향’은 지속가능성 공시와 관련된 영역이다. 한국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SB 공시기준) 초안에서는 상기 두 가지 측면의 재무영향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지속가능성 이슈의 재무적인 결과를 훨씬 더 빨리 인식하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석유회사는 에너지 전환을 장기적 재무위험으로 인식할 수 있다.
2019년 11월, IASB 이사회 및 호주 회계기준위원회의 이사인 Nick Anderson은 “현행 회계기준만으로도 기후변화 위험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는 실무 지침서를 통해 재무제표에 어떤 기후위험을 고려 해야 하는지와 재무제표 항목의 인식과 측정에 대한 고려사항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최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는 2023년 3월 IASB 미팅에서 기후 문제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회계기준에 반영하기 위해 재무제표에서의 기후 관련 위험에 실무적인 연결성과 관련하여 재무제표에 기후 관련 위험을 어떻게 잘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프로젝트에 착수하였다. IASB는 해당 프로젝트 를 통해 기후 관련 항목들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사항들에 대한 기준개정, 지침개발 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Carbon Tracker는 기후 행동 100+에 포함된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의 최대 80%에 기여하는 글로벌 140개(2024년 기준)를 대상 7가지 기준에 따라 현황 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2024년에는 과거보다 약간 개선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기후위험을 재무제표작성에 적극 반영하지 못하며, 외부감사 시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재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기준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앞으로는 통합적인 정보제공이 글로벌 공시의 지향점으로 보인다. 2024년 시행된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의 자국 내 법제화 현황을 보면, 지속 가능성정보에 대한 인증인을 외부감사인 또는 감사 인으로 한정하거나 통합의견서를 요구하는 국가들이 많다. 지속가능성의 재무연계성은 회계기준과 더불어 양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외부감사인과 인증인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할 것이다. 분명히 지속가능성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재무보고는 결국 지속가능성 보고와 매우 근접하게 될 것이라 기대된다.
(2024년 8월 한국공인회계사 저널에 황정환 회계사의 기고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