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정말 '돈'이 될까?

ESG와 기업가치상승을 위한 숨겨진 재무적 효과

by 황정환 김앤장


ESG is eating Shareholder Capitalism, AI is eating ESG?


2011년 코더에서 벤처 투자자로 변신한 마크 앤드리슨은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 (Software is eating the world)”고 선언하며 유명해졌다. 그의 선언문처럼 기술은 집어삼킨 모든 글로벌 산업을 맹렬히 변화시켰고, 이 흐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엔비디아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젠슨 황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지만, AI가 소프트웨어를 먹어치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급진적인 기술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였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시 근본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ESG는 200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ESG는 ‘주주 자본주의’를 삼키는 듯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입법과 복잡한 공시 기준 통합 등 안정적인 환경 하에 지난 몇 년 동안 기업의 최고 우선순위로 성장해왔다.


ESG is dead? ESG는 이제 사라져가고 있는가?


그러나 최근 미국의 반(反)ESG 기조, 유럽의 옴니버스 법안, 지정학적 갈등 심화 등으로 인해 ESG 게임의 규칙이 예측 불가능하게 변하고 있다. 마치 운동경기 중 규칙이 갑자기 바뀌는 것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백래시(반발)에 직면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 역시 "ESG, Go or Pause"의 갈등 속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단순히 ESG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몇 년간 숨 가쁘게 달려왔던 ESG가 이제 과도한 거품이 있던 “ESG 잔치”를 끝내고 현실화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음을 뜻한다. 기업들은 더 이상 추상적인 명분을 넘어, 우리가 투자한 지속가능성 전략들이 과연 기업 가치에 얼마나 효과를 주었으며, 투자 대비 수익률(ROI)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냉철한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더 현실적인 용어로 대체되며, 탄소 배출량 감축, 공급망 관리, 인권, 안전보건 등 실질적인 주제에 대한 접근이 가속화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전환기에 기업들이 우리의 지속가능성 전략과 성과를 왜 ROI로 측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당위성을 모색하고, 나아가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 그 방법론에 대해 알아볼 시기이다.


기업들은 더 이상 추상적인 명분을 넘어, 우리가 투자한 지속가능성 전략들이 과연 기업 가치에 얼마나 효과를 주었으며, 투자 대비 수익률(ROI)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냉철한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ESG와 기업가치의 연관성:

ESG와 이익, 성과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최근 몇 년간 많은 기업이 ESG 경영 트렌드에 대응하면서'ESG 경영이 재무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왔다. ESG 경영 활동이 기업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다수의 글로벌 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 입증된다. 가령, 뉴욕대스턴 지속가능성경영센터는 1,000개 이상 연구 논문의 메타분석을 통해 기업의 운영 성과(ROE, 주가 등) 중 58%가 ESG 성과와 재무 성과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보고했다. 또한 MSCI 조사에서도 높은 ESG 등급이 기업의 수익성과 배당수익률을 높이고 변동성을 낮추는 특성과 연관됨이 확인된다.


그러나 ESG를 잘하는 것이 곧바로 재무 성과를 높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약 2,300여 개의 글로벌 기업을 분석한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ESG, 성장, 이익 세 가지 모두를 추구하는 기업은 다른 동종 기업들에 비해 7% 초과하는 총주주수익률을 달성했으나, ESG만 추구하는 기업은 오히려 -5%를 나타냈다. 이는 ESG가 재무적으로 우수한 기업의 성과를 증폭시키지만, 저조한 수익과 성장을 보상하지는 않는다는 결과를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ESG, 성장, 이익에서 모두 우수한 기업'은 연 1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달성할 가능성이 다른 기업들보다 2배 이상 높아, ESG 경영 활동이 실제 시장 성장으로 이어짐을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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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기업은 현재의 ESG 경영 불확실성 시대에 재무 ROI와 ESG 성과 ROI를 동시에 추구하는 선순환 구조의 전략적 접근을 실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은 ‘탄소 감축 40%'라는 비재무적 성과를 ‘30%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ROI 측정을 통한 재무적 언어로 전환해야 한다.


ESG, 성장, 이익 세 가지 모두를 추구하는 기업은 다른 동종 기업들에 비해 7% 초과하는 총주주수익률을 달성했으나, ESG만 추구하는 기업은 오히려 -5%를 나타냈다. 이는 ESG가 재무적으로 우수한 기업의 성과를 증폭시키지만, 저조한 수익과 성장을 보상하지는 않는다는 결과를 시사한다.


ESG 경영의 투자수익률 측정에 있어 어려움


대부분의 기업은 ESG 성과 개선에 전념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영진은 여전히 이를 가치 창출의 원천이 아닌 비용으로 간주한다. 이로 인해 지속가능성 전략 확장에 필요한 내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연구들은 지속가능성과 재무 성과 사이의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경영진들, 특히 CFO는 이러한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왜 어려움을 겪는 것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사용하는 '언어'와 지표가 다르다. CFO는EBIT(영업이익)과 ROI(투자수익률)에 대해 이야기하는 반면, 지속가능성 담당자는 배출량 감소와 같은 비재무적 지표에 집중한다. 이 두 지표를 별도로 보고하는 관행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둘째, 성과를 추적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부재하다. 여러 부서 간 소통 부족, 무형적 이익 측정의 어려움, 그리고 전통적인 회계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기존의 지속가능성 투자수익률을 적절히 추적하거나 평가하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기업은 ‘탄소 감축 40%'라는 비재무적 성과를 ‘30%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ROI 측정을 통한 재무적 언어로 전환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투자수익률,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가?


최근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등 투자자 관점의 공시 기준이 정립되면서 재무적 영향에 대한 요구사항이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지속가능성 ROI는 단순한 공시 목적의 재무 영향 분석 방법론을 넘어서 전략과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 이 목적에는 뉴욕대스턴의 ROSI (Return on Sustainability Investment) 방법론이 효과적이다.


ROSI의 핵심은 혁신, 운영 효율성, 위험 관리, 등의 9가지 경로를 통해 지속가능성 활동이 어떻게 재무적 가치로 이어지는지 체계적으로 추적하는 것이다. 이 프레임워크는 기업들이 광범위하게 흩어져있는 성과에 대한 체계적인 경로를 찾는 데 유용하며, 하나 이상의 경로를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실제로 한 회사에서는 이러한 전략을 통해 단 1년 만에 50억 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창출하는 성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ROSI의 세부적인 산출 방법은 5단계 프로세스로 구성된다. 전략 확인 → 변화된 관행 파악 → 효익 정의 → 정량화 → 금액 측정의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한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신사업을 추진하며(전략) 제조 공정을 변경하는 관행(변화된 관행)을 도입했다면, 그로 인한 에너지 80% 절감(효익)을 정의하고, 이를 도입 전후 효과 비교를 통해 수익률(금액 측정)로 환산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ROI의 두 가지 유형과 적용사례


지속가능성 전략의 투자수익률 측정은 크게 두 가지 중요한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유형 1: 전통적 재무 분석에서의 잠재적 손실을 전략적 기회로 증명


초기 전통적 재무 분석 시 손실로 예상되어 기각될 프로젝트를 지속가능성 전략적 가치를 입증하여 투자를 이끌어내는 경우다. 스페인의 초콜릿 제조사 나트라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코코아 소싱 인증 프로그램에서 초기 재무 분석 결과 5년간 순손실이 예상되어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ROSI 방법론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신규 시장 진입의 핵심 기회라는 전략적 가치를 발견했다. 정량화되지 않았던 '신규 시장 접근성'의 재무적 가치를 반영하자, 프로젝트의 수익성은 극적으로 개선되어 4년 차에 흑자로 전환되며 기각될 수 있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사례다.


유형 2: 운영 효율화의 재무적 가치를 숫자로 측정


지속가능성 활동이 어떻게 직접적인 비용 절감과 신규 수익으로 이어지는지를 명확한 숫자로 증명하는 사례다. 의류 브랜드 아일린 피셔는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운송 방식 전환을 통해 연간 160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측정했으며, 의류 수거 프로그램인 'Renew'는 그 자체로 연간 180만 달러의 순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이 되었다. 또한, 한 자동차 제조사가 페인트 공정에서 유해 물질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적 변화를 통해 연간 9,000만 달러(약 1,200억 원)라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는 성과를 측정해냈다.


정량화되지 않았던 '신규 시장 접근성'의 재무적 가치를 반영하자, 프로젝트의 수익성은 극적으로 개선되어 4년 차에 흑자로 전환되며 기각될 수 있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


ESG전환기에 국내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이 전환기에 준비해야 할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하며 마무리한다.


첫째, 내부 언어를 통일해야 한다. ROSI와 같은 방법론을 활용하여 '지속가능성의 언어'와 '재무의 언어'를 연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ESG 활동을 실제 비즈니스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재무적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 ESG는 견고한 재무 성과 위에서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지금은 '전략적 재점검'의 최적의 시기이다. 그동안 진행해 온 ESG 전략의 실제 성과를 ROI 관점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다가올 시대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본 글은 대한상공회의소 2025년 9월호 뉴스레터 김앤장 지속가능성 공시센터 센터장 황정환 회계사 기고문 및 ESG전문가 인사트 "기업은 왜 지속가능성 전략과 성과를 측정해야 할까?" 중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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