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에서 온 몸으로 느낀 감정에 대하여
"여보! (마라톤) 대회 또 나가?"
"이번 주는 어디야?"
"무리하는 거 아니야?"
"적당히 해!"
와이프가 이야기한다. 와이프의 푸념을 이해한다. 2025년 2월 대구마라톤, 3월 서울마라톤, 이번 4월 군산마라톤까지 매달 대회에 참가하였다. 그것도 모두 풀코스 42.195km를 뛰었다.
호기롭게 매달 대회 신청했지만 이제 풀코스마라톤 5번 완주, 지난 3월 서울마라톤에서 3시간 48분으로 서브4를 달성한 마라톤 초보에게는 3주 또는 4주마다 풀코스마라톤 대회 참가는 다소 무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긴 했지만! 도전하고 부딪혀보는 거지
"마라톤 상반기 대회는 이번 군산이 마지막이야, 같이 갈래?
2024년 군산마라톤에 참가하여, 부족한 실력을 체감하며 30km 지점부터 뜨거운 햇볕아래 걷고 뛰고 하며 힘들게 완주했던 기억이 있어, 2025년에는 더 나은 실력으로 걷지 않고 기록을 달성해 보리라 다짐했고 와이프와 10살 아들의 응원아래 결승점을 통과하고 싶었던 마음만은 프로 마라토너의 심정으로
"마라톤의 도시, 군산 입성" 부산에서 군산까지 3시간 30분 운전해서 도착. 군산시내에 도착하니 보이는 군산마라톤 현수막과 37km 지점. 내일 이 지점에서 마땅히 힘들어도 악착같이 버텨내며, '중요한 것은 꺾기지 않은 마음' 중꺽마의 의지와 함께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마치며 대회준비를 마쳤다.
"출발선에 서는 그 떨림과 설레임." 내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
새벽 4시 30분 숙소에서 일어나 전날 편의점에서 사놓은 전복죽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쳤다. 전복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작고 적은 전복이라도 더 좋은 에너지를 생성해 주리라는 어설픈 기대와 함께.
"여보, 아들아 아빠 다녀올게. 결승선에서 만나"
대회장으로 출발과 동시에 내 마음 설렌다. 42.195km 거리가 주는 두려움보다 어떤 레이스가 될까 하는 긴장감, 그동안 준비했던 기량을 마음껏 뽐낼 기대감.
반면 혹시나 레이스 중간에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쩌지, 신발끈이 풀리면 어쩌지,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현실적인 걱정도 함께 자리했다. 그 걱정은 고이 접어 마음 한편에 넣어두고 설렘과 긴장감 기대감으로 출발선에 선다.
"아들, 아빠 완주했어!!" 그러나 군산마라톤은 쉽지 않았다.
기대했던 3시간 45분 이내 완주는 실패했다. 실패의 이유는 정신력에서 찾았다.
10km 지점부터 페이스가 비슷한 부부러너를 페이스메이커 삼아 뒤에서 35km 지점까지 잘 달렸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부부러너가 화장실을 찾아 주로를 이탈해 버렸다. 사점의 순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던 35km 지점, 페이스메이커가 사라지자 당황했고 갑자기 호흡이 가빠왔고 페이스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집중력이 흔들린 탓이다.
급수대에서 잠시 서서 정비하고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걸었다. 다리가 무겁고 올라간 심박수는 떨어지지 않고 더워진 날씨에 땀은 비 오듯이 나고 처음 그 설렘이 무색하게 고통스러웠다. 그만하고 싶었다. 내가 왜 집에서 300km나 떨어진 도로 한가운데서 무엇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걷고 뛰기를 반복하자 페이스는 걷잡을 수도 없이 느려졌고 결국 3시간 53분 59초로 완주. 2024년 군산마라톤은 4시간 16분, 1년 만에 23분을 당겼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페이스메이커가 사라지는 순간, 밀려오는 힘듬에 뇌와 육체가 타협해 버렸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완주 기쁨은 행복하다. 결승선에 와이프와 아들이 응원해 주었고 그 응원을 받아 결승선에 도착했던 그 순간은 어떤 열매보다, 그 어떤 초콜릿보다 달달했다. 이 달달함은 중독이다. 그래서 내가 마라톤을 한다. 평소에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달달함.
37km 지점, 힘듦이 절정에 다 달았을 즈음 터덜터덜 걷는 듯 뛰고 있는데 이름 모르는 누군가들이 배번에 적힌 이름을 보며 "○○○ 화이팅!!"하며 응원해 주고 어떤 이들은 등 뒤에 적힌 문구를 외쳐주었다. "Never give up 지후아빠, 나경이 남편!" 감동스러운 순간이다.
가족의 힘은 대단하다. 나를 일어나게 한다. 나를 달리게 한다. 마라톤이든 일상이든.
"아빠, 다음 대회 또 있어? 이제 끝이지?" 대회가 끝나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아들이 묻는다.
"상반기는 끝났는데 내일부터 하반기 대회 준비해야지." 나는 그렇게 또 달린다. 나에게 달달함을 선물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