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게 쓰는 편지
내가 여름이라면 참 섭섭할 것 같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다가갔을 뿐인데
사람들의 얼굴빛이 까맣게 어두워지고,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한다.
실수를 만회하고 싶어 악수라도 건네는 날엔
폭염주의보니, 특보니 하면서 난리가 난다.
인터넷에는 온통 여름이 싫다는 글들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여름이 싫은 25가지 이유>라는 글이 인기를 끈다.
이런 섭섭한 마음을 어디에 토로하기도 참 힘든데
봄은 머릿속이 꽃밭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가을은 혼자 감상에 잠겨 있기 바빠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말이 통할 상대는 종종 여름과 함께 밸런스 게임의 도마에 오르는 겨울인데
불행한 사실은 여름이 도저히 겨울을 만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슬픈 마음 나눌 상대도 없으니,
여름이 2달 내리 눈물만 흘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하지만 여름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바닷가에는 뜨거운 날씨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다.
이들을 너무도 소중히 여길 여름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작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여름을 미워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날이다.
앞으로는 불쌍한 여름을 많이 사랑해 줘야겠다.
사랑해 여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