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살면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유독 더 고개가 끄덕여지는 속담이 있다.
그중 하나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이른바 콩콩팥팥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 어떤 일이든지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뜻을 가진 이 속담을
육아 10년 차쯤 되니 뼈가 저리다 못해 아프게 느낀다.
난생처음 임신을 하고 첫 아이를 만났을 때는 잘 몰랐지만, 나중에야 아이의 아빠 돌 사진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아, 나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간 거푸집일 뿐이구나.
동일인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비주얼, 살아있는 눈빛 하나까지 똑 닮아있었다.
그게 내가 만난 첫 콩콩팥팥이었다.
그리고 내 어릴 적 사진 그대로의 모습을 빼다 박은 둘째를 보며 다시 느꼈다.
어떤 방식으로든 난 그냥 인간 거푸집이 맞는구나.
이 귀여운 두 아이들은 성격차가 좀 있다.
둘 다 온순하고 얌전한 아이들이지만 성향만큼은 반대 그 자체였다.
아빠의 비슷한 얼굴을 하고 내가 하는 행동을 하는 첫째,
엄마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아빠가 하는 행동을 하는 둘째.
이 얼마나 기막힌 조합인가. 하지만 출처는 너무나도 분명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났네.
대한민국 최고의 육아 해결사 오은영 선생님과 최고의 애견 대변인 강형욱 선생님은 각자 연구와 상담의 대상은 다르지만 분명 공통점이 있다.
문제의 아이 혹은 애견 뒤에 반드시 부모 내지는 보호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늘 아이(강아지)의 문제로 고민하고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솔루션은 늘 부모의 행동변화였다.
처음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였지만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키우며 생활해 나가면서 본래의 성향도 성향이지만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을 체감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말하는 말투, 가치관, 행동습관을 그대로 학습했다.
우리 집은 독박이었으므로 엄마인 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주 양육자였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다 따라 하고 다 배워나갔기 때문에
나는 친구들과 즐겨 쓰던 유행어, 줄임말, 가끔 사용하던 잔머리, 꼼수 등을 거의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뽀로로를 통해서 유아중심적인 언어습관으로 전환했고, 각종 육아 채널, 오은영 선생님의 육아 코칭 등을 통해 엄마로서 가져야 할 기준, 신념, 방향성을 배워나갔다.
그렇게 배움으로써 내린 결론이 부모는 좋은 어른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좋은 밭에서 좋은 열매를 맺듯 결국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 부모라는 좋은 밭에서 실한 자녀가 나오는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좋은 밭 같은 좋은 어른이 어디 그리 쉬운가.
이렇게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는 나도 아직 미완성 상태이다. 따라서 내 아이들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그 부족함을 잘 알기에 습관적으로라도 자꾸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해본다.
인간은 그 자체로 완벽하지 않다. 인간이기에 누구나 실수도 하고 주위로부터 부족함을 채우면서, 배우면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자꾸 자신을 돌아보며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배워나가게 된다면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은 내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그 배움엔 정말 끝이 없겠지.
결국 인생에 있어서 배움과 노력은 공기와도 같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비록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 아이들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 같은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키워내기 위해
내가 먼저 배우고 고치고 노력해서 좋은 어른이 되어야지라고 오늘도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