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국제 이슈가 발생하면 그 이슈 속에서 외교관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늘 살피게 된다. 때로는 거창하고 고급지게, 때로는 지극히 소박하게도 느껴지는 '외교', 아직은 준비생일 뿐 그 직업 전선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 미디어를 통해서라도 엿보려 노력하는 편.
일주일 전 영화 "모가디슈"를 본 덕에 아프가니스탄 사태 관련 기사를 영상처럼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모가디슈 주인공들과 위 기사의 한국 외교관들의 역할은 꽤나 비슷했다. 탈출하는 것. 그것도 목숨을 걸고.
외교는 국가 간 관계를 관장하는 일이지만, 일상 업무에는 휴머니즘이 녹아 있다. 결국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철저한 이익 계산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게 외교지만,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이익 계산도 의미가 없다.
나는 대학교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 연설을 한 경험이 있다. 수석 입학 이런 건 아니고 "비전을 발표할 새내기를 모집합니다" 라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뽑힌 거였다. 갓 입학한 새내기였으니 진로가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품고 있던 비전 한 가지를 이야기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생명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였을 거다. 정확한 워딩은 생각이 안 나지만 어쨌든 "생명"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던 기억이 있다.
외교관이라는 직업은 여러 방면에서 생명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적 비상사태에서 재외 교민들을 구출하는 일은 그야말로 교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일이다. 또한 외국과의 관계를 원활히 하는 데 기여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생명과 관련있다. 외교관은 외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사고에 기본적으로 관여하게 되므로 생명과 관련하여 그 책임은 막중하다.
아프간 사태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생명을 짓밟는 테러단체가 한 나라를 통치하게 된 것이 현재의 국제사회의 규범과는 도저히 합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테러단체가 정식 정부인 것마냥 눈치 보며 협상해야 한다는 것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테러 문제에 대해서는 똑같이 무력으로 맞대응하며 진압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결수단이 보이지도 않는다. 말그대로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외교는 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터 준다고 생각한다. 무력은 외교력보다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외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희생도 어느 정도 수반되지만 보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국제관계의 기반을 닦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내가 향후 어떤 일을 하게 되든, 내가 만나고 담당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 전문성을 발휘하고 싶다. 이번 아프간 사태를 보면서 더욱 굳게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