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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Apr 16. 2022

토요일에 공부하는 방법

이 글은 토요일에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이 글은 나 자신에게 쓰는 편지 같은 글이다.

꿈 속을 걷는 것처럼 정신없이 살아온 나에게 차분하게 해 주고 싶은 말들.



취업 준비를 시작한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기에 꽤 많은 것들을 했다. 인턴, 학회, 자격증 취득, 통상공부 등.

분명 쉬는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하루이틀 잠깐 쉴지언정 나에게 제대로 쉬는 기간을 허락하지는 않았다.

하긴, 1차시험지 채점한 당일 밤부터 인턴 공고를 알아봤으니까.

바로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쉼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내 휴식처로 삼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 지친다.

평일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퇴근하면 학회 세션/학회 과제/자격증 인강을 듣느라 숨 돌릴 틈이 없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었던 때가 없다.

3월에는 오픽과 토익을 쳤고, 이번달에는 컴활, 다음달에는 토익스피킹 시험, 세 달 후에는 국제무역사 시험이 있다.

3개가 영어시험이라 그나마 부담은 덜하지만, 그럼에도 시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평일은 회사와 집을 오가고 주말에는 학교에 가서 공부한다.

그런데 토요일에 공부하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들까.

쉬고 싶어하는 내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싶으면서도 귀기울이기 싫다.

복학하기 전까지 인턴/자격증/학회 모든 것들을 탄탄하게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는 야망이 너무 강해서일 것이다.

그 야망이 나를 살리고 있는지, 아니면 힘들게 하고 있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본래 나는 학교를 무척 좋아한다. 입학한 이래로 학교를 거의 매일 갔던 것 같다.

익숙한 캠퍼스, 익숙한 경의선숲길, 한때 제2의 집이었던 고시반이 있는 이 곳은 내가 안식처로 명명한 곳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주말에 학교를 오면, 분명 좋기는 좋은데... 마음이 붕 뜨고, 오히려 일하느라 정신없는 평일보다 덜 즐겁다.



글 내용을 쓰기도 전에 제목을 지었는데, 하필 또 제목이 '토요일에 공부하는 방법'이다.

토요일에 공부하는 방법을 사실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니다.

공부야 그냥 하면 되는 거다. 문제는 토요일에는 쉬고 싶은 내 마음을 잠재우는 방법, 혹은 잠재울 당위성을 못 찾았다는 것이겠지.

정말 본능에 충실하자면 다다음주에 있는 컴활 시험을 취소하고 인턴이랑 학회만(사실 이것도 빡세지만) 하면서 원없이 쉴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안다.

나는 다이어리를 쓸 때 모든 여백을 글로 채운다. 쓰고 싶은 말을 다 썼는데도 칸이 남으면 쓸 말을 뭐라도 만들어내서라도 칸을 채운다.

마치 내 일상의 빈틈을 모두 일과 공부로 채우려는 내 모습이 일기쓰기라는 평범한 활동에서도 드러나는 듯하다.



뭐든 부담을 가지면 오히려 일이 잘 안되는 것 같다.

참 웃기다. 늘 부담을 갖고 책임감을 갖는 내 모습은 노래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고시생일 때는 모든 노래를 떨면서 불렀다.

노래 부르다가 삑사리라도 나면 스스로에게 창피하고 짜증이 났다.

그런데 고시를 그만두고 최근에 오랜만에 코노를 다녀왔는데, 내가 노래 부르고 있다는 걸 의식조차 못할 만큼 편안하게 부르고 왔다.

노래가 완벽하지 않고 삑사리가 좀 나도, 내 노래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좋았다.

취준이든, 인간관계든, 뭐든 간에 부담이라는 부차적인 감정을 내려놓고, 그냥 무언가를 하는 순간에 빠져들고 싶다.



좀더 멋진, 더 문학적인 글을 써 보고 싶은데... 당분간은 편안하게 하고 싶은 말을 죽 죽 늘어놓아야겠다.

3년 동안 고시하고 이제 막 고시를 접은 나 자신을 편안하게 해 주고 싶다.

부담 갖지 말자. 괜찮다. 또 하면 된다. 이런 말들 속삭여주고,

"넌 지금 뭘 하고 싶어?"라고 물어봐주자. 답을 모르겠더라도, 그냥 계속.



고시공부할 때는 이거 하고 싶다 저거 하고 싶다 란 욕구가 딱히 없었다.

공부하지 않는 시간에는 그냥 기존의 취미 활동하거나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마음의 여유가 늘어나니까 해 보고 싶은게 생겼다.

뭐냐면 바로 "이색카페 투어"다. ㅎㅎ

나에게 카페란 약속 있을 때 가는 곳이나 열람실 집중 안될 때 가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순수하게 놀기 위한 목적으로 카페를 가 보고 싶다.

그리고 그냥 카페도 좋지만, 드로잉카페, 동물카페 등 색다른 컨셉의 카페에 가고 싶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내가 참 좋아하는 웹툰 속 인물이 드로잉카페를 차리는 장면을 보고 나서였다.

그 인물은 그림에 대해 미련이 남은 사람들을 위해 드로잉카페를 차리고 싶다고 했고, 그 꿈을 실행에 옮겼다.

그게 아름다워 보였고,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데도 드로잉카페에 가서 색칠이라도 하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에 토익스피킹까지 다 치면 스스로에게 단 2주만이라도 쉼을 줄 생각이다.

그때 이색카페 최소 한 군데는 가 보고, 블로그에 후기도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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