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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도토리 May 10. 2023

감정기복, 노력해서 되겠어?

질문부터가 틀렸다.

'노력'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노력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다. 대입, 취업 등 인생의 큰 과업을 수행할 때 내가 얼마나 눈물흘리며 애썼는지 기억하고 있다.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경우 나 자신을 해쳐가며 노력하곤 한다. 나에게 노력은 고통과 거의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턴가 노력은 회피하고 싶은 대상이 되었다. 노력해서 이루어낸 것들도 있지만, 실패한 것들도 역시 많다. 그리고 그 실패는 나에게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설령 이루었다고 해도 성취의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노력의 의미에 대해 회의를 품던 시간들이 길었다.

그러나 내가 현재 주어진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냥 노력도 아니고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력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성격의 하찮은 무언가가 아니다. 인생에서 쉽게 빼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겁고 귀찮고 어려워도 노력은 반드시 해야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나에게 중요한 영역들에 대해서는 회피하고 싶을수록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부지하는 이 생명이 진정으로 생명력을 발할 수 있다.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 중 하나는 '감정'이다. 나는 감정기복이 있는 편이다. 요즘 역대급으로 길고 고통스러운 pms를 겪고 있는데, 파도를 타는 컨디션과 함께 감정이 미친 듯이 오락가락하며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나온다. pms 증상이 달리 없을 때에도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들이 잦다. 내가 기억하는 한,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감정이 풍부하고 예민했다.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잘못된 방법임을 지금은 알지만,) 극단적으로는 감정적인 반응으로 사람들에게 상처주기 싫어서 내가 좋아했던 모든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후회스럽다. 그게 그 사람들에겐 더 상처였으니까.) 이런저런 짓들을 해 봤지만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해선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그리고 쉽사리 해결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인내심마저 없다. 왜? 내 감정의 격동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불안감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 감정적인 반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오랫동안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를 이토록 괴롭히는 감정의 문제는 노력으로 해결될까?" - 이제야 깨달은 것은, 이 질문은 애초에 틀린 질문이었다. 노력으로 해결될지 안될지를 따지는 것부터가 틀렸다.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선택지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가까운 사람이 죽어가는데 특정 수술요법으로 살릴 수 있을지 없을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무조건 살린다는 마음으로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이 문제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문제가 노력의 가치를 정말 오랜만에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노력의 과정이 고통스러워서, 노력의 결과가 두려워서 노력을 회피한다는 오랜 두려움도 깨 부수었다. 이 두려움도 애초에 그릇된 생각에 기초하고 있었다. 고통스럽지 않은 노력은 없다. 강도 높고 가치 있는 노력일수록 더 고통스럽다. 그 고통을 딛고 정진했을 때 얻을 결과의 가치를 붙들고 노력하는 것이지, 내 안락함에만 신경써서는 그 어떤 가치있는 것도 얻어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내 감정의 종이 아닌, 감정의 주인이 되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다음의 방법들을 생각해보았다. 더 생각난다면 추후 더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1. 감정의 문제로 수고하는 나 자신에 대하여 인내하는 것이 첫 단계다. 이 문제를 쉽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어주면서 매일 작은 실천이라도 해 보는 것이다. 혹여나 감정 컨트롤에 실패하여 일과가 무너졌더라도 절대 낙담하지 않기. 나 자신을 항상 믿어주기.

2. 심호흡, 혼잣말. (물론, 혼잣말은 장소를 봐 가며.) 감정에 잠식당하지 않고, 나 자신으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진 상태에서 감정을 관찰하고 진단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천천히 숨을 쉬며 스스로를 의식하고, 혼잣말을 통해 의식적으로 내 상태를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할 것이다. 혼잣말을 하면서 말이 격해질 수도 있다. 힘들어서 오열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만큼은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으니, 힘들면 힘든 대로, 들뜨면 들뜬 대로 다 얘기해주자. 주위에 사람이 많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메모장에 적어보자. 최대한 빠르게, 단어들이 튀어나오는 대로 휘갈겨보자.

3. 공부하기. 감정의 문제에 있어서 내가 얼마나 연약한지 잊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공부할 것이다. 좋은 글과 영상을 참고하는 것도 방법일 테고, 주변 사람들을 보며 벤치마킹하는 방법도 있다. 공부하면서 감정 변화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정립해나갈 것이다.

사람은 절대 감정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없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바로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감정이다. 그러나 사람을 진정으로 고귀하게 만드는 것은 그러한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끌어안고 문제를 극복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그래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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