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로렌, 스타벅스, 애플에서 느껴보는 문화공간 3편

애플과 공연장 : 항속성을 가진 개방성, 체험과 성장의 공간

by jwk

*이 글은 상업공간의 사례를 통해 문화공간에 필요한 것을 고민해 보는 3부작 시리즈입니다.


애플과 공연장 : 항속성을 가진 개방성, 체험과 성장의 공간


애플 매장에는 거대한 스크린이 있다. 이 스크린을 중심으로 낮은 의자들이 놓여 있고, 그 주변에는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프로그램이 없을 때는 대부분 제품들이 진열된 테이블에서 자유롭게 제품을 테스트해 보고 경험해 본다. 그러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스크린을 중심으로 진행자와 참여자들은 애플의 다양한 제품을 활용하는 방법을 따라 해 보며 경험을 공유한다. 매장과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3번에서 많게는 5번 정도, 30분에서 1시간 이상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주제가 만들기, 생애 첫 앱디자인하기, 영화 만들기, 맥 시작하기, 이모지 만들기 등 애플의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애플매장에 스크린과 그 주변의 의자 구성은 공연장을 연상시킨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애플매장은 무대와 객석, 로비의 물리적 구분이 거의 없고, 로비가 약 3/2 이상을 차지하는 독특한 구성의 공연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좀 극단적이지만 서울의 애플 매장을 공연장으로 그대로 비교하면,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운영되고, 많을 때는 하루에 4-5번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서울의 잠실, 명동, 가로수길, 여의도, 강남역, 홍대와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핵심 지역 6군데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프로그램이 없을 때도 언제든 찾아가면 주요 콘텐츠에 대한 체험과 체험을 도와주고 설명해 주는 유니폼을 입은 전문 해설사들이 상주하고 있는 곳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의 관객이 몇백 명이 되지는 않는 소극장이지만 콘텐츠에 대해 깊게 소통하고 체험하는 체험형 공연장이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관객들은 저마다 자기가 직접 뭔가를 해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 나간다.


이렇게 볼 때 애플매장이 보여주는 ’공연장이 찾아가야 하는 새로운 방향’은 프로그램이 있는 개방성, 감상의 수준을 넘어설 수 있는 콘텐츠이다. 개방성을 높이기 위해 로비를 상시 개방하는 수준, 들어와서 앉아 있고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메인 공연 프로그램이 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공연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관객이 공연예술에 대한 항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누군가 저녁 공연을 위해 하루 온종일 공연장에서 기다려도 지루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감상을 통한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영감은 영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스스로 각자의 삶을 창작해 나갈 수 있는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는 공연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공연을 만들어가는 플레이어로 참여하여 공연에 영향을 주고 자기의 삶을 성장시켜 나가며 다시 공연을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공연예술이 무슨 핸드폰 만드는 거랑 같으냐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대 공연예술과 공연장이 처한 현실은 생각보다 상당히 위기이다. 정통적인 순수예술적 기능을 위한 작품들은 당연히 지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좋은 문화가 형성된 사회를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되기 위해 공연예술과 공연장이 생존해야 하고, 그러려면 그런 정수의 프로그램 말고도 센세이션 한 공연 프로그램들과 공연장도 있어야 한다. 축구가 살아남고, 축구장이 유지되기 위해서 대표팀만 필요한 게 아니다.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jwk에게 있으며, 동의 없는 무단 도용/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