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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에디터 Aug 20. 2023

초경엔 축하, 월경엔 부끄러움, 완경엔 위로?

우먼아카이브가 다루는, 월경을 향한 세계의 시선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그렇다. 
우리가 살며 매 달 겪는
월경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월경 (月經) :

성숙한 여성의 포궁에서

주기적으로 출혈하는 생리 현상.


생리 현상 (生理現象)

생물체의 생물학적 기능과 작용. 결론적으로, 월경은 성숙한 여성 생물체가 생물학적으로 기능하고 작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출혈하는 현상이다. 배변 활동을 하고,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뀌는 것처럼 일련의 '생리 현상'일뿐인 여성의 월경.


그런데
제멋대로 의미와 상징을
불어넣는 시선들이 있다.

여전히 너무 치열하고,
여전히 너무 혐오하는,
근본을 알 수 없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예컨대 치열하거나

유럽 최초, 스페인이 생리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부터 생리휴가 법제화를 추진했던 스페인 의회가 생리통을 겪는 직원에게 필요한 만큼 유급 병가를 허용한다는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찬성 185표, 반대 154표. 치열한 싸움 끝에 앞으로는 생리통으로 근무가 어려운 직원이 사흘간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됐다. 다른 병가와 마찬가지로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하며, 의사의 판단 여하에 따라 병가 기간이 부여된다. 스페인이 치열하게 얻어낸 이 '보건휴가' 제도는 이미 일본, 중국, 대만, 잠비아, 그리고 한국에서는 일찍이 시행된 온 정책이다. 정부가 공인하진 않았으나 유럽 내 일부 사기업 역시 따로 시행하곤 했었다.


문제는, 있어도 쓰기 어렵다. 각종 통계를 살펴보면 실제로 생리휴가를 사용하는 국내 노동자는 19.7%. 다섯 명 중 한 명 꼴이다. 1947년부터 보건휴가를 법적 보장해 온 일본 역시 "보건휴가를 쓰면 '약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며 여전히 사회적인 편견이 있음을 알렸다. 생리휴가에 부정적인 의견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며, 이유 또한 비슷하다. 스페인에 154개의 반대표가 있었듯 미국 역시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 중 58%가 생리휴가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남성에게 불공평한 정책'이며

'일을 빼먹기 위해 악용될 소지가 다분'

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외국의 경우 논-바이너리, 또는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여기지 않는 정체적 다양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는 혐오하거나

월경대는 보이지 않도록 꼭꼭 숨겨서,

월경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새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할 것.


오랜 시간 '더러운 것'으로 치부됐던 월경이기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월경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그야말로 금기 그 자체였다. 월경을 하는 동안 '월경하지 않는 인간'으로 보이는 것, 그것이 가장 우아하게 월경을 지내는 방법이었다. (여전히 그렇다)


네팔의 '차우파디' 문화를 보자. 여성의 월경혈을 부정하게 여기는 힌두교 인식에 따라, 월경 중인 여성이 음식과 종교적 상징, 물·소·남자와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고, 집 밖에 있는 외양간이나 창고 등에 격리시키는 네팔의 관습을 말한다.


이 관습에 따라 월경 중인 여성은
창문이 없는 공간에 철저하게 격리되며,
가족과의 접촉은 물론
수돗가나 우물에 접근할 수 없고,
일반적인 식사도 할 수 없다.

차우파디를 겪은 여성이 사망하는 사건은 (세계에 드러난 것만 해도) 2016년부터 꾸준히 있어왔고, 이에 네팔이 2021년 8월부터 차우파디를 범죄 화하고 법적으로 규제하기에 이르렀으나 서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차우파디가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비단 네팔만의 일일까. 같은 힌두교를 따르는 인도는 물론, 아프리카나 인도네시아의 일부 부락에서도 월경 중인 여성을 '월경 오두막'에 격리하는 문화를 찾아볼 수 있으며, 남성 중심 교리인 이슬람교에도 월경하는 여성의 행동을 제한하는 규정이 버젓이 존재한다.




초경엔 장미꽃을 주며 축하하고
월경엔 부끄러운 시선을 보내다
완경엔 위로한다.

제멋대로 긍정했다가, 제멋대로 부정한다. 월경은 '몸의 일'이다. 타인에 의해 긍정되거나 부정되어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생리 현상'이다. 월경을 향했던 시선, 언제쯤이면 담백해질까.



권력의 목소리에 귀를 막자.

그들의 메시지에 눈을 감자.


자신의 몸이 말하는 소리와

자신의 옆 사람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피곤하다고 하는가? 쉬게 하자.

화가 난다고 하는가? 이야기를 듣자.

충만하다고 하는가? 춤을 추게 하자.


각자의 상황대로,

각자의 존재대로,

들려오는 그 목소리를 직접 듣자.

그리고 그대로 존재하게 하자.

Let it be!


<월경의 정치학, 박이은실 저, 동녘, 2015>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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