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

by 배종영

벽에 붙은 전기 스위치 부근에

거무스름한 손때가 묻어있다.

불을 켤 때마다 더듬었다는 말인데

환한 불이 열리는 순간엔

거뭇한 흔적이 묻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더듬는다는 것,

그건 어둑한 어둠의 일종이다.

밖에서 묻어온 어둠을

환한 백 촉의 밝음과 맞바꾸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릴 적 나의 머리는

가장 손때가 많이 묻는 곳이었다.

심부름 후 엄마는 늘 내 머리를 쓰다듬어

수택(手澤)으로 반지르르 윤기가 흘렀다.

엄마가 오래 집을 비울라치면

손때 묻은 엄마의 치마에 얼굴을 파묻고

강아지처럼 킁킁 엄마의 냄새를 맡곤 했다.

손때는 간절한 곳에 생긴다.

늙은 고시생의 법서(法書)에 두껍게 묻은 손때,

캄캄한 밤 벼랑 끝에 섰을 때

손때의 절실함은 희미한 불빛이 된다.

위편삼절(韋編三絶),

그 절실함은 때로는 칼이 되기도 한다.

어두운 곳에서 막막하거나

희미해져 그리울 때

더듬거리며 손때는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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