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굽의 높이

by 배종영

사내가 구두 한 짝을 벗어

수선공에게 건넨다.

파도가 넘쳤던 해안

허물어진 경사지 같은 뒷굽으로

이탈하려한 사내의 중력이

삐딱하게 누워 있다.

뒷굽의 높이를 견디려 사내는

아무도 모르게 절름거렸을 것이다

뒤뚱거리지 않으려고 때를 맞춰

닳고 있는 발밑을 수선했을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구두코를 위해

틈틈이 지상과 발밑의 틈을

갈아 끼웠을 것이다.

여태 뒷굽의 높이에 매달려 왔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사내는 한 뼘도 안 되는 저 높이에서

여차하면 뛰어내릴 준비를 하곤 했었을 것이다.

깃발처럼 매달린 아내의 눈동자가

더 이상 펄럭거리지 않게

잃어버린 높이를 수시로 복구하는 것이다.

나락은 높아질수록 가까이 있고

높이의 끝에는 텅 빈 허공이 있는 법

새로 갈아 끼운 뒷굽으로 그는 또

허겁지겁 어느 높이를 찾아갈 것이다.

해안에서 부서지는 거품으로

모든 경사지들의 수선공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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