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목수의 허리춤에
달팽이 한 마리 매달려 있다
이쪽을 저쪽에 묻는 일
혹은 저쪽을 이쪽과 연결할 때
달팽이는 제 몸을 늘이고
또 빠르게 접는다.
그 몸속에는
평생 자신이 재며 가야 할 거리가 들어있다
목수는 딱 정오를 재고 그곳에 앉아
담배 한 개비의 시간 참을 골몰한다.
한 마리의 달팽이로 평생
내 집을 잰 기억이 없다는 헛헛함과
세상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집 한 칸을 위해 지구의 곳곳을
재고 또 재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아침을 재고 언젠가 입주할
저녁의 목관을 재는 것이다
만물의 시작과 끝,
그 사이를 천천히 걷는 달팽이
이상한 것은 자신이 잰 길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시 거둬들인다는 것이다
눈금 눈금마다 걸었던 길을 반추하듯
되감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