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by 배종영

늙은 목수의 허리춤에

달팽이 한 마리 매달려 있다

이쪽을 저쪽에 묻는 일

혹은 저쪽을 이쪽과 연결할 때

달팽이는 제 몸을 늘이고

또 빠르게 접는다.

그 몸속에는

평생 자신이 재며 가야 할 거리가 들어있다

목수는 딱 정오를 재고 그곳에 앉아

담배 한 개비의 시간 참을 골몰한다.

한 마리의 달팽이로 평생

내 집을 잰 기억이 없다는 헛헛함과

세상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집 한 칸을 위해 지구의 곳곳을

재고 또 재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아침을 재고 언젠가 입주할

저녁의 목관을 재는 것이다

만물의 시작과 끝,

그 사이를 천천히 걷는 달팽이

이상한 것은 자신이 잰 길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시 거둬들인다는 것이다

눈금 눈금마다 걸었던 길을 반추하듯

되감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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