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끝의 거처(居處)

by 배종영

팔을 걷고 주사를 맞을 때,

가시에 손끝을 찔릴 때

그때 우리는 알게 된다.

사람이 얼마나 좁은 곳인지.

잘 보이지도 않는 그 뾰족한 끝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좁고 또 좁은 사람들.

미간을 찌푸릴 때 온몸의 신경을 끌어모아

좁고 좁은 틈 하나를 내준다.

그렇게 받아들인 따끔, 아팠던 곳들

지금쯤 이곳저곳에서 잘들 있을까.

가늘고 희미한 소실점들이 아프게 들어간

당신이라는 사람들은 또

그 덕분에

잘들 지내고 있는가.

인간의 몸속으로 무엇을 나르는 일에

바늘 끝보다 더 효율적인 것은 없다.

어떤 바늘은 찌른 그 자리에 머물기도 한다.

늦가을 저녁, 가슴 아래 어디쯤 박혀 따끔거리는

첫사랑, 쉬 빠지질 않는다

바늘귀에 꿴 실 끝을 당기면

우수수 통점(痛點)들 쏟아져 나온다.

혀로 꽂은 바늘들은 가슴속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세상엔 주사 맞듯

아픈 사람들, 그 바늘들이 넘치고

찌르고 찔린 흔적들이 빽빽하다.

누군가를 아프게 했다면

당신 또한 그 바늘 끝보다도

더 좁았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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