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by 배종영

둥근 접시 가운데

매화꽃 몇 송이 피어 있다

접시는 조심스럽다

어쩌다가 거품이라도 만나는 날에는 더욱 그렇다

깨지기 쉬운 것들은 모두 살살 다뤄야 한다.

그러고 보니 설거지통에는 다

조심스러운 것뿐이다.

거품을 걷어내고 접시를 꺼내 닦는다.

최선을 다해 두 손을 비비며 용서를 빌듯 접시를 닦는다.

아무래도 나는 전생 아니면 그 전 전생에서라도

접시들에게, 접시 속의 꽃들에게

죄를 지은 것이 분명하다

닦은 접시를 가지런히 포개놓는다

그러고 보니 가지런한 것들에게도 나는 지은 죄가 있다

멋대로 헝클어 놓은 젊은 날,

그 흐트러진 젊은 날의 한 귀퉁이가

아직까지도 잘 맞지 않는다.

둥글어지려면 얼마나 더 용서를 빌어야 할까

와장창, 떨어진 접시들이

여전히 꽃잎처럼 날리는 요즘

접시나 컵이나 내가 지은 죄처럼

조심스러운 것들을 생각해 보니 그것들,

다 아내의 소관이거나 아내의 편이다

고백하자면 접시를 빌어 용서를 비는 것이다

미끄러운 눈길도, 아슬아슬한 외나무다리도

조심스러운 것들은 모두

전생의 죄를 속죄하는 방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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