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숫돌

by 배종영

끝없는 모래 바다,

그 능선을 넘나드는 것은 햇살만이 아니다.

바람이 능선을 간다.

능선을 넘어가며

사막을 갈아 날을 세운다.

바람의 드로잉(drawing).

바람이 갈아놓은 칼날 위를 다시 햇볕이 넘나든다. 내리쬐는 태양에

지친 모래를 몰아와 바람은 사막 깊숙한 곳에 반달 사구를 띄워 놓기도

한다. 그곳은 생명을 다한 반달들의 무덤이 되기도 한다.


낙타가 떠다니는 모래 바다, 대상(隊商)의 행렬은 오전에서 오후를

넘어 바다를 저어 물건을 실어 나른다. 딱정벌레 한 마리 칼날 위를

온전하게 걷는다. 밤낮의 크기가 만든, 몸뚱이에 고인 이슬을 먹고

산다.

사막에서 아득한 하루를 쪼개 오전과 오후를 나누는 것은 그 능선이

다. 명암이 사구(沙丘)를 넘어가면서 오전은 오후로 그 이름을 바꾼

다. 하루가 그곳에서 딱 반으로 나누어진다.

버려진 고독을 갈아 만든 황량한 능선, 바람은 상처 하나 없이 넘나

들며 저가 세운 그 경계를 매일 허물었다 다시 세우곤 한다. 조금만

건드려도 무뎌지는 모래의 칼날, 따지자면 세상에서 가장 어설픈 날이

나 동시에 가장 큰 칼날이다

그런 칼날이 지구엔 수없이 많다.

그 칼날은 무엇을 베거나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발을 딛고 서면 오히려

스르륵 허물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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