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물

by 배종영

빗방울,

갓 태어난 물이다

다 마른 빨래 속으로

빗줄기가 들면

다시 축 늘어진다.

얼룩이 가장 빈번한 곳은 사실

구름들 듬성듬성한 하늘이다.

그 얼룩진 하늘이 묻은 빗줄기

다시 빨래를 헹구면

비틀린 허공이 주르륵 떨어진다.

굴뚝들은 하늘 쪽으로 뻗어있다.

내 뿜는 한숨도 차들의 굉음도

모두 허공으로 흩어진다.

흩어지는 일들은 상승하는 일이다.

해변에 몰려온 쓰레기들처럼

하늘 기류를 타고 모인 구름엔

굴뚝과 교차로와

연소(燃燒)된 속도들이 뒤섞여 있다.

빗방울 하나엔 지상의

온갖 아우성들이 가득 들어있다.

하늘로 오른 만상(萬象)을 안고 다시

땅으로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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