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방석

by 배종영

하나 둘 바늘의 흔적이 빠지는

저기 저 공원 벤치의 초점 없는 노인들

너덜해진 세월을 뭉개고 앉아 있듯

어쩌다 맨바닥에

겨울 한기를 깔고 앉아있다 보면

시린 온도들도 참

갈 곳이 없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닿는 온기마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뾰족한 추위들, 체온을 따라

그 끝이 무뎌지고 싶은 것이다

바늘에게도 방석이 있다는 말

둥근 쌈지에 꽂혀있던 바늘들

뜯어져 바람 드는 솔기를 촘촘하게 꿰매는 성격은

우리 집 안채의 내력과 닮았다.

어떤 자리는 두꺼운 방석을 깔고 앉아도

따갑고 추운 자리가 있다.

늙은 고시생의 아내는

매년 돌아오는 추석의 시댁 방석이 너무 아팠다.

쉼 없는 낙방은 바늘방석을 만들었고

아내는 죄인인 양

그 방석 위에서 안절부절 했다.

전철 안, 앉아 있는 학생 앞에

젊은 할머니가 서 있다

바늘은 자는 척 감은 눈가에서

파르르 떨린다.

바늘방석은 늘

무엇인가가 허물어진 곳에 돋아난다.

작가의 이전글산문山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