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을 뚫고
매화꽃 몇 송이 고목에 피었다.
늙은 아브라함과 사라의 기별처럼 백 년이 가까운 고목에서 모색이 돋아났다는 기별을 받았다.
꽃에 기댄 백 년
못생긴 수형에 기댄 그 백 년 동안 촉수를 들어 우주를 골똘하게 타진했을 몇 송이 모색
고택의 담장은 꽃의 온기로 따뜻하고 집은 점점 늙어간다. 기울어진 집이 세월을 붙들고 서 있나, 세월이 기울어진 집을 붙들고 있나 돋아난 햇꽃 향기가 사뿐, 담장을 넘고 있다.
간밤이 하얗게 살짝 얹힌 지붕이
똑똑 물방울 놀이에 빠진 한 낮
슬그머니 늙은 나뭇가지를 버리고 불문율과 세습과 통섭을 버리고 툭, 제멋대로인 햇꽃 몇 송이 단, 모색
지붕도 없는 허공을 방향도 없이 걷는 눈부신 탐색
고목에 연기演技처럼 피어나 아른거린다.
흑백영화처럼 옛날에서 피어난 오늘이
싱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