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발

by 배종영

현악(絃樂)을 가로질러

비스듬히 날아가는 기러기들

이 철탑과 저 철탑 사이를

열두 줄 전선이

끼룩끼룩 팽팽하다.

기러기들은 날 때

가지런히 발을 접고 난다.

그러다 평사낙안(平沙落雁),

랜딩기어를 내리듯 발을 꺼낸다.

기러기들 날아오면

저 물빛들 팽팽해지고

그 물빛 사이를

첨벙거리는 탄주(彈奏)가 있다.

가끔 마음이 뻐근해질 때

곧 얼어버릴 수면이

쩡쩡 열두 줄 실금을 매듯

기러기들, 그 시린 발 같은

흐느낌을 팽팽하게 맨다.

너 내게,

그 흐느끼는 울음을 매 놓고 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훌쩍

기러기 날 듯

가지런히 발 접고 갔다.

발에 원한 진 마음으로

열두 줄 손으로 누르고 뜯으며

가을하늘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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