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앞장서서 지팡이 하나로 구멍을 뚫으면
뒤따르는 나는 콩 몇 알을 그 구멍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 앞장선 한 점에서 발아한 콩 포기는 어떤 중심보다도 견고해서
수백 번 방향을 바꾸며 지나가는, 여름과 가을을 바짝 말려 들여놓는다.
받쳐줄 곁이 없다는 것을 식물들은 이미 알고 있는 눈치다.
한 알의 콩에서 자라난 한 포기는 다시 무수한 순을 틔워 낸다.
앞장서서 논둑에 지팡이 끝을 박아 넣던 그는 지금 다시 한 점을
따라 길을 걷는다. 아마 모르긴 해도 마지막 어느 한 점에서 그는 자
신을 단단히 박아 넣을 것이다. 그러고는 어떤 중심에도 깃들지 않을
것이다.
끝내 넘어질 어느 한 곳을 찾는 각오는 의외로 담담하다.
이제 뒤이어 틔울 싹 같은 것은 없다.
한 점은 중심 중에서도 가장 좁은 중심이다.
마치 바늘 끝 같은 한 점, 때로는 자신마저도 그 중심을 잊어버리곤
한다.
태풍이나 벌레처럼 중심은 기우뚱거리는 곳으로 찾아든다.
쓰러지려는 나무는 기우뚱거리는 중심으로 버티다 더 이상
여지가 없다 싶으면 자신의 중심을 텅 비워놓을 것이다.
연기는 바람의 중심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