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언제나 단순하지만 쉽게 잊혀진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늘 바쁜 하루하루가 이어지다 보니, 책을 읽는 시간이 점점 멀어져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이런 ‘위로’를 전면에 내세우는 책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꼭 이성대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라서, 나도 모르게 ‘읽기’ 버튼을 눌러버렸다. 한 줄기 바람처럼, 말 그대로 위로가 절실했던 순간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왜 어떤 사람들은 뻔하다고 비난하는 내용에 울컥하며 눈물을 흘리는지. 왜 익숙한 말들이 마음을 콕 찌르는지. 진짜 중요한 건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잊고 살아서’ 못 하는 것이라는 걸. 사실 우리 모두 다 안다. 행복은 비교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찾아온다는 걸. 마음이 조용할수록 삶이 깊어진다는 걸. 그런데도 어느새 또 시끄러운 세상에 휘말려, 나 아닌 무언가가 되려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책 한 권이 다시 일깨워주는 그 흔한 진실들이, 오히려 간절하게 느껴지는 거다. 진리는 언제나 단순하고, 그 단순함을 끝없이 상기시켜주는 게 책의 역할이 아닐까. 위대한 사람들이 같은 책을 수십 번씩 읽고 필사하는 이유도 결국엔 ‘잊지 않기 위해서’일 테니까.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많이 울었다. 글쓴이의 고백은 마치 내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이야기 같았다. 어떻게 평범한 직장인이 이렇게 깊은 마음을 꺼내어 글로 쓸 수 있었을까? 그가 느꼈던 질투, 두려움, 외로움… 모두 내 안에도 있던 감정들이었다. 특히 SNS를 끊은 후의 이야기엔 더 깊이 공감했다. 나도 벌써 3년째다. 하지만 뉴스, 카카오, 어쩌다 접하는 인터넷 창 하나조차도 이젠 참 버겁다. 언제부턴가 타인의 삶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게 내 삶을 좀먹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할퀴는 시대. 댓글 하나에도 숨이 턱 막히고, 출처 없는 정보들이 나를 이리저리 흔든다. 알지도 못하는 이슈에 대해 어느새 내 입장을 정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건 내 삶이 아닌 것 같다. 이건 내가 선택한 감정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시대에 글쓴이처럼, ‘집’이 되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참 큰 축복이다. 단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나의 민낯을 드러내도 괜찮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그곳이 어디든, 그 자체로 집이 된다. 수십 층 고층 아파트보다, 억 소리 나는 입지보다,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그 사람’이 있는 곳이 진짜 집 아닐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많은 걸 누리게 해주지 못하더라도, “이번 생에 나는 최고의 집을 가졌어”라고 느끼게 해주는 사람. 조용한 행복이 더없이 값지다는 걸 알게 해주는 사람. 이 책이 나에게 그런 다짐을 새기게 해주었다.
결국 어른의 행복은, 조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