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1》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번 생이 과연 마지막일까

by 최준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심판』을 읽고 나서, 죽음에 대한 그의 독특한 시선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죽음 1』도 마찬가지다. 이번엔 죽은 이후의 세계를 무대 삼는다. 그런데 이 소설, 시작부터 꽤 당황스럽다. 주인공 ‘가브리엘’은 어느 날 죽는다. 문제는, 자기가 죽은 걸 며칠이나 지나서야 안다는 것.


그는 평소처럼 하루를 시작한다. 커피를 마시고, 카페에 가서 글을 쓰고,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한다. 그런데 간호사는 이상하게도 자꾸 그의 차례를 지나친다.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고, 결국 영매 ‘뤼시’를 만나서야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실제로 죽으면 이럴까? 나는 문득 상상해본다.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출근하고, 커피 마시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온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는 이미 죽어 있는 거다. 누가 내게 말해주지 않으면,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일상을 반복할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소름 끼치면서도, 어딘가 허탈하고 황당하다.


이 책은 크게 두 갈래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나는, 가브리엘 자신의 죽음을 수사하는 일. 이건 뤼시가 담당한다. 지상에 남은 영매로서, 가브리엘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다른 하나는, 뤼시의 연인이자 실종된 사미 다우디를 찾는 여정이다. 이건 가브리엘이 맡는다. 이미 죽은 자로서, 이제 영혼의 세계에서 사미의 흔적을 쫓는다. 이 두 개의 줄기가 얽히면서,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그러고 보면, 정말 사후세계는 존재할까? 존재했으면 좋겠다. 만약 없다고 한다면, 지금 이 생만이 전부인 거다.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서 말했듯, 과거에는 종교나 신분, 그 너머의 세계가 삶의 위안이 되어주었다. 죽어서라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런 보장이 없다. 이 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단 한 번뿐인 기회다.


그런 생각이 들면, 괜히 불안해진다.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낸 하루가, 사실은 내 인생의 마지막 한 조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 그러나 베르베르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조금은 안도하게 된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는 직업도, 신분도, 성공도 의미가 없단다. 모두가 평등하다. 삶은 그저 하나의 ‘수업’일 뿐이다. 신은 영혼을 단련시키기 위해 이따금 아주 부유하게, 혹은 극도로 가난하게 환생시키기도 한다. 인간은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삶의 조건들에 흔들리지 않게 될 때, 비로소 윤회를 벗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느 단계쯤 와 있는 걸까. 이 생에서 내가 깨닫는 것들은, 어쩌면 전생에서 이어져온 배움의 연장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성인들은 그렇게 전생부터 꾸준히 영혼의 진보를 이뤄온 이들이 아닐까. 영혼에도 나이가 있다면, 나는 아직도 유치원생쯤일까, 아니면 초등학생쯤?


이 책을 덮고 나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의 고민과 실패가 그저 ‘하루 수업’의 일부라고 느껴지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어쩌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음 수업으로 넘어가는 입장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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