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 류혜인

내 선택은 상황에 떠밀린 합리화일뿐일지도 모른다

by 최준기


예전부터 심리학을 좋아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혹은 혼자 있을 때도 마음이 복잡할 때면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도대체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왜 이런 감정에 빠지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며, 막연히 흘려보냈던 감정과 생각에 조금씩 이름표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갈등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허구적 합의 효과라는 개념은 꽤 충격적이었다.

내 생각이 보편타당하다고 믿고,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거라고 믿는 착각. 여기에 더해지는 투명성 착각은, 내 감정과 생각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챘을 거라고 믿는 오류다.



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상대도 똑같은 착각 속에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자신은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하고, 상대는 당연히 알았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다 보니, 다르게 반응하는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오히려 "일부러 그러는 거야"라며 오해하게 된다. 의도 없는 말과 행동에 불순한 의도를 덧씌우고, 결국 더 큰 갈등으로 번진다.

이 단순한 착각들이 인간관계를 이렇게까지 어긋나게 만들다니. 이걸 알고 나니 조금 서글퍼졌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개념은 인지부조화 이론이다.

내 생각과 현실 사이에 모순이 생기면, 그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바꾸려는 경향.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대학에 떨어졌을 때 "원래 대학보단 취업을 빨리 하고 싶었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연인과 헤어졌을 땐 "애초에 맞지 않았던 사람이야"라고 합리화한다.

잃어버린 돈에 대해 "액땜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이런 자기합리화는 우리 뇌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장치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사건은 너무 많다. 그 모든 걸 다각도로 해석하려 한다면 우리는 금세 지쳐버릴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단순한 해석을 선호하고,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설명'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나는 이 자기합리화가 잘 안되는 편이다.

나름대로 납득했으면서도 자꾸 생각이 이어진다.

"정말 그랬던 걸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마치 하나의 결론에 머물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망설이는 나 자신을 본다.



남들도 그런 걸까?

"인간은 언제나 후회하며 산다"는 말처럼, 어쩌면 우리 모두는 후회와 망설임 속에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결국, 인지부조화 이론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그 모순을 껴안고 다시 시도하는 사람도 있고, 불편함을 참아내며 다른 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

그런 걸 보면, 심리학 이론이라는 것도 절대적인 법칙이 아니라, 사람의 행동을 분류하기 위한 네임태그일 뿐일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내린 결론은 진짜 나의 자유의지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상황에 떠밀려서 만들어진 선택일까?"


이 질문은 지금도 머릿속을 맴돈다.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는 복잡하고 낯선 심리학 개념들을 마치 동화처럼 풀어준다.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낯선 나를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하게 만든다.

심리학이 어렵다고 느껴졌던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겠다.

조금 더 나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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