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미골 Jul 14. 2023

아궁이

별을  따는 농부

장마 오래 끌던 어느 날

방이 눅눅하다며 쪼그리고 앉아 군불 지피던 엄마가

눈을 비볐다

이국 멀리 근로자로 간 아버지 편지 받고 엄마는 며칠째

눈이 퀭했다


떨어져 있다지만 살뜰히 챙겨주지 않는 아내가 야속해

모진 말들을 비행기에 태워 보낸  남편


아픈 큰 아들에 농사에 남의 집 품팔이에

여자의 이름으로는 견뎌내지 못했을 시간들

수없이 지웠다가 썼을 답장

얼룩 한 편지지는 엄마의 손에 사정없이 구겨졌고

한 남자의 아내가 아궁이 속으로 던져졌다


문에서 숨어  보던 딸아이는 하마터면 소리 내어

울 뻔했다




시 습작 노트

긴 장마 건강하게 보내고 계신지요? 작가님들~^^

우선 오랫동안 소식 전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저의 직업이 농부인지라 4월부터 시작된 농번기에

펜을 놓고 3개월을 팽팽? 열일하다가 온 날라리? 작가입니다. 오늘을 깃점으로 열심히 달려 보겠습니다.


장마가 오래 지속되니 제일 견딜 수 없는 것이 습도잖아요. 지금은 제습을 하고 보일러 한 번 돌리면  잠시나마 보송함을 느낄 수 있지만 제가 어렸을 적 엄마는 한 번씩 아궁이에 불을 지피셨어요.

지루한 장마 어느 날 엄마가 아궁이 앞에서 우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아버지는 외국근로자로 가셨는데 그때는 여건이 좋지 않아 일부 생필품들을 각자 집에서 보내줬어야 했어요.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있지도 누구에게 들은 적도 없는 엄마는 아버지에게 무심했고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셨지요. 남편이 외국에서 번 피 같은 돈 축 안 내려고 나름 장정같이 살았던 엄마는 야속한 마음에 야속한 답장을 썼댔지요. 결국 그 답장은 아궁이 속으로 직행했지만요.

하늘나라에 가신지 벌써 29년이 된 아버지

아버지 많이많이 보고 싶고  많이많이 사랑합니다.


긴 장마에도 마당가에 있는 아오리 사과가 제몫을  다 하고 있네요. 자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

작가의 이전글 마지막 어린이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