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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Oct 25. 2022

아이슬란드: 오로라는 왜 '헌팅'을 해야 하는 걸까?

내 생애 처음으로 오로라와 마주한, 경건한 3분

오로라와 마주하기 위한 여행

유럽은 봄부터 가을까지가 여행 하기엔 최고다. 파란 하늘을 보며 야외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놓으면 절로 사색에 잠기게 되는 그런 시기에 유럽을 가야 한다. 10월 말 써머 타임이 끝날 때 즈음이면 어김없이 4시면 해가 지고, 그 긴긴밤 내내 무얼 할까 고민하며 지내게 되는 것이 유럽의 겨울이다.


그러나 그 겨울의 한가운데에는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편에 갖고 있을 위시 리스트 중에 '오로라'가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마치 오로라가 이끄는 그곳,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오로라를 보기 좋은 시기

유럽에 살면서 나에게 주어진 딱 한번 오로라를 마주할 기회. 아무것도 못 본 체 추위와 씨름하다 올 순 없다 싶어 검색에 검색을 해서 정보를 캐냈다. 후보지는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트롬쇠. 핀란드 산타마을도 있었으나 핀란드는 너무 무미건조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어 고려하지 않았다. 캐나다에는 옐로 나이프라는 곳이 오로라를 위한 여행으로는 적격이라고 한다.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기는 10월부터 4월까지라 한다. 폭풍 검색 결과 12월부터 1월에는 오히려 오로라를 보기가 어렵다는 조언을 보고는 3월을 목표로 잡았다. 참고로 예전 여행 예능 '꽃보다 청춘'에서 조정석, 정우, 강하늘, 정상훈은 12월 말에 아이슬란드로 떠났었다.


오로라를 만나기 좋은 유럽 도시: 아이슬란드 vs. 노르웨이 트롬쇠

그리고 노르웨이 트롬쇠와 아이슬란드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문의와 답변도 많았다. 나조차도 고민을 많이 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오로라만을 여행이 목적으로 한다면 트롬쇠를 추천한다. 오로라 예보를 보면 굳이 오로라 헌팅을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트롬쇠와 인근 지역이 오로라로 뒤덮인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한 자리에 그냥 머물러서는 오로라를 만날 수 없다. 소위 '헌팅'을 다녀야 한다.


그리고 노르웨이 트롬쇠는 오로라 헌팅 말고는 다른 할 것이 제한적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낮에는 고래와 만나는 배를 타거나 시베리안 허스키들이 끄는 눈썰매를 타거나 하는 것 외에 무엇을 했다는 얘기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 반면, 아이슬란드는 오로라가 아니더라도 지구의 풍경이 아닐 듯한, 마치 외계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대자연의 신비를 눈으로 귀로 코로 느낄 수 있다. 실제 영화 '인터스텔라'의 배경 중 한 곳도 아이슬란드 빙하였다. 운이 지독하게 나빠 오로라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세계 10대 온천 중 하나인 블루라군도 있고, 굴포스와 같은 빙하 폭포, 빙하 트래킹, 빙하 덩어리가 해변에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다이아몬드 비치. 그런 아이슬란드는 오로라가 아니더라도 여행객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을 안겨준다.


그래서 나는 눈과 얼음의 나라, 오로라가 기다리는 아이슬란드로 갔다.


오로라를 만나는 험난한 과정, 오로라 헌팅(hunting)


난 운이 억세게 좋은가 보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 동안 대부분 날이 흐렸는데, 둘째 날 딱 하루 낮부터 날이 맑았다. 오로라에 대한 기대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런 정성 어린 마음이 통했을까. 그날 밤 오로라를 만나 대자연의 신비에 저절로 경건해지고 마음이 겸허해지는 3분의 시간이 나에게 허락되었다.


나도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런 줄 알았다. 아이슬란드에 가면 그냥 숙소에서도 하늘만 보면 편하게(?) 오로라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꽃보다 청춘'에서도 그들이 머물던 숙소 위 하늘에서 오로라를 보는 장면이었기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 오로라를 만나는 길은 험난했다. 소위 오로라는 차를 몰고 오로라가 나타나는 지점을 찾아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려가는 '헌팅'을 해야 한다.

혼자 여행을 다니던 터라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하나라도 더 보려고 하는 마음이 늘 있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다시 오랴하는 조급함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이유로 감동은 조금 줄이는 대신 기억에 남을 사진이 늘었다.


내가 오로라를 만나던 날도 낮에 스코가 포스, 디르홀레이 검은 모래 해변과 주상 절리 등을 보려고 운전만 족히 6시간 이상 해서 지친 상태에서 숙소에 도착해 저녁을 먹었다. 그러다 오로라 예보와 제보를 보던 중 내가 머문 숙소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스카프 타펠 지역에 오로라가 떴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는 그 길로 내리 두 시간을 운전해 갔다. 오로라를 영접하기 위해. 가는 동안 도로 주변에 간간히 차를 세워두고는 오로라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났으나 아랑곳 않고 직진했다. 그러나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로라는 온데간데없었다. 보이지 않는 오로라를 그 자리에서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차를 돌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았나 보다. 맨눈으로 저 멀리에서 초록색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것이 보였다. 처음엔 그냥 마을의 불빛인가 싶었는데, 점점 더 색이 짙어지고 크기도 커지면서 춤추듯 움직이는 것이 선명해졌다. 오로라였다. 그 오로라는 점점 더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크기도 압도적이었지만, 말 그대로 마치 바람에 커튼이 날리듯이 '춤추듯' 다가오는 오로라의 경이는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날 6시간 운전에, 오로라만을 위해 4시간이 더해졌지만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과 마주하면서 이런 시간이 나에게 허락된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식상한 표현이겠지만 자연의 신비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이 어떤 느낌인지를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오로라와의 만남이 허락된 3분. 그 시간은 이제 내 눈에서 내 뇌의 롱텀 메모리 한 켠으로 옮겨져 저장되었다.


오로라가 내 눈으로 들어온 순간




 춤추는 오로라


춤추는 오로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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