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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Oct 22. 2022

아이슬란드#2: 골든 트라이앵글

굴포스(Gullfoss), 싱벨리어 국립공원, 게이시르 여행기

오로라와 아이슬란드 풍광에 이끌려 여행을 떠나다.

비엔나에서 아이슬란드로 떠나는 날 새벽. 여느 때 같으면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쯤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이 시간이 진짜 일어나는 시간이 맞나 의심하며 일어난다. 비엔나에서 아이슬란드로 가는 저가항공, 위즈에어는 6시 반 정도에 뜨기 때문에 시큐리티 체크 등까지 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정상 항공은 편도가 200유로가 넘지만, 주로 주말에 여행을 다닌 나로서는 토요일 새벽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저가항공은 시간과 돈의 관점에서는 일거양득이다. 내 기억으로는 편도 30유로 정도였다. 서울에서 제주도 가는 항공권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니 유럽 저가항공은 잘만 예약하면 저렴하기는 하다. 그렇게 캐리어를 하나 끌고 비엔나 공항으로 간다.


여행 팁!
아이슬란드는 렌터카를 추천한다. 대중교통도 가능하다고는 하나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려면 자가운전은 필수다. 자가운전을 결정하면 차 보험은 무조건 풀 커버리지다. 바람이 너무 세차서 차 문이 꺾이는 경우, 도로 상태가 안 좋아 돌이 튀어 차유리가 깨지는 경우, 타이어 펑크 등 언제든 크고 작은 사고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보험 가입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신용카드를 쓰는데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환전은 굳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다만, 레이캬비크 시내에서 버스를 타려면 교통카드를 사거나 현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아주 조금만 환전을 해도 좋을 것 같다.


하늘에서 만나는 아이슬란드의 첫 모습

비엔나에서부터 네 시간의 비행 끝에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에서 만난 아이슬란드의 첫 느낌. '차갑다'. 코발트색으로 빛나며 곱고 고운 느낌을 주는 지중해 바다와 달리 아이슬란드 바다는 멀리서 한눈에 봐도 차갑다. 물론 겨울이기도 하지만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아이슬란드다. 얼음의 나라. 그 명성에 걸맞게 바다도 차가웠다.


그리고 그 얼음의 땅 위를 덮고 있는 구름마저도 마치 얼음 조각들을 모아 놓은 듯 보이고, 그 구름에서도 차갑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 여기는 아이슬란드. 오로라와 인터스텔라의 나라다.



케플라비크 공항에 첫 발을 떼다.

Vik는 아이슬란드어로 '작은 내, 하천, 만'을 의미한다. 아이슬란드의 수도는 레이캬비크고, 국제공항 이름은 케플라비크이다. 그리고 남부 해안에 비크라는 도시도 있다.


유럽에서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오랜 시간인 네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가서 도착한 곳. 아이슬란드의 첫 관문. 케플라비크 공항이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의 발길을 따라가다 보면 'Exit to Iceland'라고 적힌 입간판을 보게 된다. 코발트색 색감도 색감이지만, 마음을 크게 먹어야 갈 수 있는 여행지란 생각에 카메라로 손이 절로 간다.


벼르고 별러서 온 여행이라서 그럴까. 모든 디테일에 눈이 간다. 유리벽에 적힌 문구도 새롭다. '나는 감상적인 풍경을 느낀다. 그 풍경들은 나를 현혹시킨다'. 아이슬란드가 여행객들에게 선물하는 이국적인 풍경을 강조한 표현이려니 싶다.


골든 트라이앵글의 첫 번째, 굴포스(Gullfoss)를 가다.

이른 새벽부터 서두른 탓인지 아이슬란드에 와도 시차 때문에 오전 9시 반 밖에 안된다. 왠지 하루를 더 번 것 같은 생각에 뿌듯하다. 공항을 나와 렌터카 회사가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10여분 남짓 이동한 후 차를 빌린다. '꽃보다 청춘'팀은 기아차 시드(Seed)를 빌렸으나, 눈 많은 겨울에는 당연히 4륜 구동 SUV가 정답이다. 시드처럼 전륜 구동이면 눈밭에 잘못 들어갈 경우 빠져나오기 어렵다. 실제로 방송에서도 차바퀴가 헛돌아 고생한 장면이 나온다. 차 보험도 풀 커버리지로 구매했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굴포스로 향한다. 공항에서는 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굴포스(Gullfoss)의 굴은 황금빛이라는 의미이고, 포스는 폭포란 의미다. 그래서 의미를 조합하면 황금빛 폭포이다. 그런데 겨울에 가면 황금빛은 고사하고 온통 푸르스름한 빙하 녹은 물의 색과 흰색의 눈뿐이다. 어디에도 황금색은 없다. 굴포스가 왜 황금빛 폭포인지 이름은 여러 가지 설이 있다고 하나, 가장 유력한 설은 해 질 녘 석양 아래에서 폭포가 떨어지며 생긴 포말이 금빛을 띄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굴포스는 3단으로 된 높이 32미터 정도의 폭포인데, 폭포의 굉음과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두 군데이다. 폭포의 굉음을 들으며 저 멀리 폭포를 주시하고 있자면 그대로 폭포의 위엄에 압도된다. 그 세찬 물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이 만들어 낸 경이 앞에 한 없이 작아지는 우리 인간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렇다. 자연은 그렇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기적을 어디에 선가는 지금도 만들어 내고 있을 것이다.


뷰포인트는 두 군데인데, 하나는 위에도 폭포를 내려다보는 뷰를 즐길 수 있고 다른 하나는 폭포 옆으로 가서 나의 눈높이에서의 뷰를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아래쪽 뷰포인트에서는 폭포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이 나 있으나 겨울에는 안전을 이유로 통행을 제한한다.

 


굴포스 구경이 끝나면 폭포가 시작하는 곳에 있는 기념품점과 카페테리아를 들러봐도 좋다. 아침을 대충 먹은 터라 폭포 구경 전에는 따뜻한 커피와 파니니 빵으로 허기를 달랬고, 폭포 구경 후에는 젖은 옷을 말리고 차가운 손을 녹이기에는 따뜻한 초코 라테가 제격이다.  

 


그리고 기념품도 가격은 좀 비싼 감이 있지만 한 두 개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행 팁!
굴포스 구경 전에 기념품점에서 비옷 사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겨울에는 눈과 비로 방수 옷이 아닌 이상 흠씬 젖게 된다. 그다음에 셀야란드포스, 스코가포스 같은 폭포도 볼 예정이라면 20유로 정도 하는 아주 질 좋은 비옷이 큰 도움이 된다.


골든 서클의 두 번째, 게이시르를 가다.

게이시르(Geysir)는 굴포스에서 차로 10여분 남짓 거리에 있다. 말 그대로 간헐천 지역으로 아이슬란드에서는 손꼽히는 관광지 중 하나이다. 게이시르 지역에는 온천이나 작은 간헐천이 많은데, 대부분 유황온천이어서 그런지 계란 썩는 냄새가 고약하다. 그러나 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게이시르를 보는 것은 아이슬란드 관광의 묘미다.


가장 크고 유명한 간헐천은 The Great Geysir인데, 하루에 세 번 정도 분출이 된다고 하니 분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대신 그 보다 작은 스트로쿠르는 약 5~10분 정도에 한 번씩 간헐천이 솟아오른다.

 


간헐천을 보고 있으니,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가 생각났다. 한번 분출하면 약 70미터를 솟구치는 가이저가 장관이다. 그 가이저란 명칭은 아이슬란드 게이시르와 어원을 같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와이오밍주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내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가 분출하는 모습(2008년)


골든 서클의 마지막, 싱벨리어 국립공원을 가다.

북아메리카 지각판과 유라시아 지각판이 맞닿아 있는 국립공원이다. 매년 양쪽 지각판이 2센티미터씩 벌어지고 있다는 지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면서, 아이슬란드 최초 야외 의회인 알싱(Althing)이 개최되었던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덴마크로부터 독립 선언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아이슬란드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겨울의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그런 지리적, 역사적 의미를 찾는 여행객이 아니면 큰 감흥은 없어 보였다. EBS 세계테마기행에서는 이 싱벨리어 국립공원 내 실프라 계곡에서는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 판을 물속에서 확인하기도 하는데, 여름이다. 겨울에는 눈 덮인, 그래서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느낌의 풍경만이 그 자리를 지킨다.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면 시작점이 유라시아 지각판과 북아메리카 지각판이 만나는 곳이라는 설명이 있는 간판과 길을 볼 수 있다. 추운데도 관광버스에서 내린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걸어보는 길이다.


아이슬란드 최초의 야외 의회가 있었음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본 후 주변 풍경을 둘러보면 그때의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민주의식을 엿볼 수 있다.


야외 의회가 있었던 자리 근처에는 물이 세차게 흐르는 계곡이 하나 있다. 그 옆에 안내문을 읽어보면 죄를 지은 사람은 남자는 교수형을 여자는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곳이라고 한다. 물 색깔이 주는 차가움과 죄지은 사람을 단죄하던 곳이라 하니 섬뜩한 느낌을 준다.


첫날 여정의 끝.

굴포스, 게이시르, 싱벨리어 국립공원을 아우르는 골든 서클을 둘러본 후 첫날 머물 숙소로 이동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하루 종일 부산하게 움직인 터라 세상모르게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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