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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May 30. 2023

상사에게 칭찬받는 보고서 10계명

보고서로 소통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20년의 경험을 담은 조언


*출처: https://publy.co/content/6121

직장이라는 상하관계가 있는 조직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필살기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윗분들에게 내 생각, 내가 한 땀 한 땀 정성 들인 보고서를 보고해서 내가 생각하는 바에 공감하게 만드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20년 넘게 보고서를 만들고, 또 남들이 만들어 놓은 보고서를 보다 보면 사람마다의 차이처럼 보고서도 다 제각각이다. 단순히 스타일이 다른 문제를 떠나 보고서로서의 수준과 깊이가 저마다 다 다르다. 어떤 보고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막힘 없이 술술 읽히고, 그 보고서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한 번에 보고자의 의도와 생각이 읽히는 반면 어떤 보고서는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아 보고서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주로 보고서로 소통하는 직장에 다니면서 느꼈던 '보고서 쓰는 법'에 대한 설을 풀어보고자 한다.


1. 사실관계 전반에 대한 디테일 파악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협상의 격언이 있다. 합의나 계약을 할 때 세부 조항에 난관이 도사리고 있으니 무슨 일을 하건 꼼꼼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세밀한 부분이 아주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보고서 쓸 때 가장 기본은 내가 하고 싶은, 내가 보고하고 싶은 보고 주제와 관련된 사실관계 전반에 대한 아주 디테일한 파악이 좋은 보고서 쓰기의 시작점이다. 내가 설명하고 싶은 것을 잘 모르고, 디테일하게 파악이 안 되어 있으면 절대 보고서를 잘 쓸 수 없다.

십분 양보해서 보고서를 쓸 수는 있다 하더라도 정작 보고 과정에서 상사로부터 질문이라도 받을라치면 답을 못하는 상태가 되기 십상이다. 일반적으로 상사가 궁금해하는 모든 포인트들을 다 보고서에 담을 수 없고, 더구나 디테일이 파악되지 않은 보고자라면 상사의 궁금증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상사의 질문에 답하지 못할 정도로 디테일이 파악되어 있지 않으면 차라리 보고를 안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고를 안 해서 문제가 커지면 모든 책임은 나에게 돌아오니 결국 사면초가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일을 보고해야 하면, 가급적 아주 디테일한 상황까지 파악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좋다. 내가 '보고의 신'으로 생각하는 분이 있다. 이 분은 높은 자리에 올라갔는데도 불구하고, 말단 직원도 알기 어려운 수준의 정보까지 다 파악해서 보고를 한다. 보고 건에 대해 그 정도 정보를 쥐고 보고를 가면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가 가능하고 결국 칭찬과 함께 보고를 마칠 수 있다.


2. 중학생이 읽어도 이해 되게 쉽게 쓰자 (자녀나 배우자에게 읽어보게)

흔히들 하는 실수가 글은 수준 있는(?) 단어를 써서 어렵게, 때로는 현학적으로 쓰는 것이 좋은 보고서라고 착각한다. 이건 절대적으로 고쳐야 한다.

보고서의 의미는 보고 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이해가 되게 쉽게 써야 제대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자녀나 배우자, 또는 보고 건에 대해 조금도 이해가 없는 사람들에게 읽혀본 후에, 그들이 무슨 얘기인지 이해할 수 있다면 분명 그것은 좋은 보고서일 가능성이 높다.


3. 문장의 주어, 술어를 맞추자(조사 빼먹지 말자)

보고서를 쓰다 보면 보고서 내에서 문장 하나가 주어부터 술어까지 완전한 문장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어떤 때는 주어가 빠져 있고, 어떤 때는 목적어가 빠져 있고, 어떤 때는 대명사를 많이 써서 그 대명사가 무엇을 지칭하는지를 설명을 듣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꼭 보고 때 상사가 묻게 된다. '누가 이걸 하자는 건가요?', '무엇을 하자는 건가요?', '이것이라 했는데, 이것은 뭔가요?. 주어, 목적어 단어 하나 적어두면 될 일인데 굳이 또 설명을 하게 만든다면 보고서 점수가 깎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조사를 빠뜨리는 경우가 많은데, 보고서를 볼 시간이 없는 윗 분들을 위해 축약된 정보를 주려는 마음은 십분 이해하나, 조사 하나에 문장이 쉽고 명쾌해질 수 있으니 조사를 빠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욕심부리지 말자. 필요 없는 정보는 모았더라도 과감하게 생략

내가 겪어본 직원들 중에는 보고서를 쓸 때 보고 주제와 관련이 낮거나 별 관련 없는 내용도 보고서에 쓰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주제를 보고해 달라고 요청받으면 기존 보고서, 새로운 견해나 연구보고서 등을 참고하는 '서치' 작업부터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관련도가 높은 정보도 있지만 반대로 관련도가 낮은 정보도 있다.


여기에서 하나 욕심을 버려야 할 부분이 아무리 내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찾았다 하더라도 내가 쓰는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채우거나 내 주장을 뒷받침할 내용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정보를 찾는 시간이 아까워서 일수도 있고, 보고서에 공간이 남아서 일수도 있지만 쓸모없는 정보는 보고서에 담지 않아야 보고서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5. 보고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면서 보고서를 쓰자. 상황에 맞는 보고를 해야 한다.

보고서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써야 하지만, 반대로 보고 받는 사람이 궁금해하거나 알아야 할 내용을 쓰는 것이 보고서다. 그리고 보고서는 보고를 위한 문서임을 잊지 말자.


만약 이번에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낮출 계획이라는 동향 보고서를 써야 한다고 하자. 그러면 상사들이 궁금해할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일 것이다. 얼마나 낮추는데?, 왜 낮추는 데? 다른 나라들의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어떤데? 내년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이나 다른 기관들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데?

그런 점을 생각해서 사전 자료조사를 하고, 상사가 궁금해할 포인트들을 순서대로 보고서에 담으면 좋은 보고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례에서는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한국개발연구원, 증권사 리포트뿐만 아니라 외국의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글로벌 투자은행 등의 전망도 함께 파악해서 보고를 가면 아마 이쁨 받는 직원이 되지 않을까 한다.


6. 이제는 보고서가 아닌 보고의 시대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셨다가 지금은 퇴직하신 선배의 이야기이다. 이 분도 '보고의 달인'으로 통했다. 어떤 보고서든 만들어 드리면 그걸 들고 가서 윗분들에게 보고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결심을 얻어오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느 날, 그분과 함께 보고를 갈 일이 있어 유심히 지켜봤다. 당시 몇 년 차 되지 않은 내가 본 필살기는 '보고'였다. 무슨 말이냐 하면, 보고서를 앞에 놓기는 하지만 정작 상사가 보고서를 볼 여유를 주지 않고 말로 모든 걸 설명하고는 마지막에 서명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보고서를 쓰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보고이다. 설득력 있는 보고를 할 수 있다면 보고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누가 나에게 보고서가 중요하냐 보고가 중요하냐 물으면, 난 보고라고 답할 것이다. 보고가 중요하기에 보고서는 보고를 따라야 한다. 따라서 보고서는 쉽게 보고할 수 있게 문장과 구조가 이루어지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7. 보고서는 프로토콜이다. 양식에도 신경 쓰자

회사마다 보고서를 만드는 프로토콜이 있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아래아 한글로 된 기관마다의 양식이 있다. 민간 회사에서는 주로 피피티나 엑셀로 보고서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양식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상사들이 본인들에게 익숙한 양식에 내용이 담겨 있으면 내용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보고하는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양식과 글자 크기와 폰트 등을 사용한다면 서로 다른 양식에서 오는 혼란 때문에 콘텐츠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각자의 조직에서 범용으로 사용되는 양식은 가급적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8. 보고서는 예쁘게 만들자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처럼 보고 내용이 똑같다면 이왕이면 예쁘게 보고서를 만드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알록달록 예쁘게 만들라는 의미가 아니라, 중요한 점은 강조해서 눈에 잘 들어오게 만들고, 이를 위해 볼드를 넣거나 색을 달리하면 좋다는 의미이다. 말로 줄줄 쓰는 것보다는 표 하나로 깔끔하게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고, 어떨 땐 그림으로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9. 그래픽을 잘 활용하자

보고서는 주로 글로 돼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집중도를 흩트리기 쉽다. 하나의 보고에 2~3분 내로 보고해야 할 상황도 있고, 아주 많은 내용을 설명해야 할 때도 있다. 짧게 설명해야 할 때나 많은 내용의 전체 구조를 보고자의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할 때에는 보고서보다는 파워포인트 한 페이지가 더 효과적일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중장기 계획을 보고해야 한다면 중장기 계획의 방향, 과제, 세부 추진과제들을 보고서를 통해 일일이 설명하다 보면 정작 전체 계획의 구조를 상사의 머릿속에 넣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나는 A3 정도 크기의 파워포인트에 모든 정보를 키워드 중심으로 담아서 보고했더니 효과적이었던 경험이 있다. 전체 구조를 머릿속에 입력시키고 그 틀 안에서 하나하나 디테일을 보고하면 상사들이 칭찬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10. 보고의 끝은 상사의 머릿속에 인식시키는 것이다.

직원들이 하나 착각하는 것이 있다. 자신이 만들 보고서를 나한테 이메일이나 메신저 등으로 보냈다고 보고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고는 보고서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의 머릿속에 인지시켜야 한다. 그것이 보고의 끝이다.

상사들은 대부분 바쁘다. 처리해야 할 일이 해당 부서 전체의 일이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부서, 다른 회사와의 일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다른 이슈에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그다지 상사 입장에서 그다지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일이 보고되면 다음에 봐야지 하고 옆으로 치우게 된다. 그러면 보고는 받았으나 실제 보고를 받지 않은 애매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그 순간에 상사의 판단이 필요한 중요한 이슈라면 상사에게 보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것이 중요함을 지속적으로 주지 시켜야 한다. 그냥 보고했다고 던져 놓다가는 타이밍을 놓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기기 쉽다.


10계명으로 정리해 봤으나, 돌이켜 보면 나 마저도 저 10개 덕목을 지켜가면서 칭찬받는 직원이었나 하면 그 부분은 의문이다. 그렇지만 늘 생각하며 보고서를 만들고 보고를 하면 아닐 때보다 칭찬 확률이 높지는 않아도 혼날 확률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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