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엔나 보물찾기 Sep 18. 2023

자연을 사랑한 비엔나 예술가, 훈데르트 바서

훈데르트 바서가 설계한 '훈데르트 바서의 집'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안토니오 가우디가 있다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는 훈데르트 바서가 있다.

이 두 거장들의 공통점은 '자연'이다. 훈데르트 바서는 구스타프 클림트만큼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 비엔나를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훈데르트 바서의 예술정신은 자연주의로 요약된다. 그는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고, 직선이 아닌 곡선을 주로 사용한다. 그런 점에서 곡선의 유려함을 사랑했던 가우디와 닮아 있다.


그런 훈데르트 바서가 남긴 건축물을 느껴보는 것이 비엔나 여행이 주는 하나의 묘미일 것이다. 비엔나와 비엔나 인근에는 훈데르트 바서가 남긴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곳 있다. 칼렌베르크 언덕이나 서부역(West Bahnhof) 근처 이케아(IKEA) 옥상처럼 높은 곳에서 비엔나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가면 어느 곳에서도 보이는 슈피텔나우 쓰레기 소각장(소각장 굴뚝 가운데에 동그란 구가 있어 나는 늘 그 굴뚝을 여의봉이라고 불렀다), 3구에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와 그 앞에 기념품 가게, 훈데르트 바서의 작품이 전시된 쿤스트하우스 빈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차로 1시간 반 거리에 아주 유명한 블루마우라는 온천마을도 그가 설계한 작품이다. 블루마우 가는 길에 휴게소에 맥도널드 가게도 있다고 한다. 실제 가서 보지는 못했다.


오늘은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는 비엔나 3구에 위치하고 있고, 시내 중심에서 가까운 편이다.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는 비엔나 시에서 의뢰받아 그가 설계한 공공 아파트다. 기둥은 훈데르트 바서가 특징적으로 사용한 원색의 알록달록한 타일들로 장식돼 있고, 아파트에서 직선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파트 자체가 나무와 공존하고 있는데, 사람과 자연이 그대로 어우러져 함께 살고 있는 것 같다.


전형적인 비엔나의 정적이면서 직선이며 파스텔톤의 질서 정연한 건물들과 대조되면서 자신만의 강한 개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것 같다.


이 아파트는 공공아파트라서 누군가 새로 입주하고 싶다면 적어도 백 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 안에 사는 사람은 어떤 느낌일까.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클까, 아니면 예술작품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만족감이 클까.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아파트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음에 유의하자.

 


아파트 거주민들이 드나드는 문에 독일어와 영어로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다.


"이 집은 역사에서 처음으로 이간과 자연이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집이다. 오늘날 무엇보다 전 세계 수백만의 사람들이 자신들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열망을 깨닫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가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아파트 거주민들의 생활을 방해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의 말도 함께 붙어 있다.


훈데르트 바서 건축물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원색의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타일을 붙인 기둥. 직선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파트 앞 길에는 화려하면서도 고전적인 분수가 보는 이의 더위를 잠시 식혀주는 것 같다.


아파트 초입에 있는 스트로크 빵집 앞 빨간 전화부스가 눈에 띈다.


여기서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를 가는 분들을 위한 팁. 아파트 자체는 감상하는 것 외에 딱히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맞은편 기념품 가게는 여행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와 스토리를 제공한다.


맞은편 기념품 가게는 예전에 타이어 공장으로 쓰였던 곳인데, 훈데르트 바서가 자신의 예술 혼을 담아 개조한 곳이라 그 자체로 바서의 건축물을 내부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볼 수 있는 기념품, 특히 2층에 있는 가게에서는 인근 쿤스트 하우스에서 눈으로 본 예술작품들을 다시 한번 감상할 수 있다. 쿤스트하우스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나중에 곱씹어 보려면 이 가게 안 그림이나 엽서들이 큰 도움이 된다.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를 가게 되면 꼭 기념품 가게에 들러 여유 있게 바서의 예술가 정신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운데에는 간단한 음식을 파는 바도 있으니 출출함을 달래기도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어 공부는 미드 쉐도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