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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Oct 11. 2023

비엔나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듣고 싶으면?

그라벤 거리 한편에 위치한 성 페터 성당

유럽 성당의 묘미, 파이프 오르간


유럽 성당을 많이 다니다 보면, 몇 가지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이나 행동이 생긴다.


하나는 기독교 종교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벽화와 조각상들을 보다 보면 하나하나 다 성경에 있는 에피소드나 스토리가 담겨 있을 텐데, 그 스토리와 연결 지을 수 있으면 성당 투어가 더 빛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성당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찾게 되는 파이프 오르간과 스테인드글라스다. 특히 운이 좋게도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게 될라 치면 성당이 주는 위엄과 엄숙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파이프 오르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 심연의 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성 페터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


성 페터 성당은 슈테판 성당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다. 그라벤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바로크 양식의 초록색 지붕으로 덮여 있는 소박한 성당이 보인다. 겉은 여느 비엔나 건물처럼 보이지만 그 안은 소박함과는 거리가 멀다. 화려하다.


이 성 페터 성당의 멋은 단연코 파이프 오르간 연주이다.

매일 오후 3시, 주말에는 저녁 8시에 30분 정도 연주를 한다. 일부러 시간을 맞춰가는 것은 시간이 빠듯한 여행객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혹 시내는 걷다 시간이 맞으면 잠시 쉴 겸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입장료는 무료니, 오르간 연주도 무료다.


비엔나 현지인지 관광객인지 구분은 잘 안되지만, 오르간 연주를 할 때면 어느 틈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성당 안을 한가득 메운다.


성 페터 성당의 아름다움: 화려함


성 페터 성당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화려함이다. 금빛 가득한 내부와 정교하디 정교한 조각과 장식들이 그 화려함의 극치를 달린다.

천장 벽화, 황금 장식, 조각들의 화려함과 디테일. 성 페터 성당은 결혼식을 앞둔 가장 아름답고 화사한 신부와 같은 느낌이다.



성당 내부 벽화들의 스토리


성당 벽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을 그린 거장들의 땀과 노력이 언뜻 보인다. 그들이 종교적인 미션을 가졌든 아니면 대가를 받고 그렸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미술도, 음악도, 공학의 기술과도 거리가 먼 나로서는 그저 저런 미술작품을 그릴 수 있는 그들의 능력, 달란트가 부럽다.



유럽 여러 도시들을 가이드 투어를 하면서 얻은 얄팍한 지식으로 드디어 스토리를 아는 벽화가 하나 있다. 대천사 미카엘이 악마를 무찌르는 장면.

르네상스 이전 예술의 주된 테마이기도 하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의 몽셍미셸 성 제일 꼭대기에 위치한 조각상이 바로 대천사 미카엘이 칼을 들고 악마를 무찌르는 형상이 함께 떠오르는 건, 내가 이 스토리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긴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 그 수많은 유럽의 성당들 중 하나가 아닌 성 페터 성당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을 정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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