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엔나 보물찾기 Oct 12. 2023

궁전을 둘러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간 한판 승부

베르사유와 쇤부른 궁전, 어느 곳이 더 아름다울까?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vs. 오스트리아 쇤부른 궁전


프랑스에 베르사유 궁전이 있다면 오스트리아에는 '아름다운 분수'라는 이름의 쇤부른 궁전이 있다.


두 궁전은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가 각각의 자존심을 뽐내기 위해 만든 상징적인 건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규모와 양식이 다르다.

서로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당시 한 시대를 풍미하던 유럽 대표 왕가의 권위와 위엄을 그대로 보여주듯 궁전의 내부는 화려하다.

 

그러나 외부의 정원은 사뭇 다르다. 물이 풍부했던 베르사유 궁전은 거대한 호수와 분수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쇤부른 궁전의 정원은 축제와 행사를 중심으로 꾸며진 정원이라고 한다.


또한, 베르사유 궁전은 궁전에서 정원은 내려다보는 시선을 보이지만, 반대로 쇤부른 궁전은 방에서 멀리 정원과 글로리에테를 올려다보는 시선을 보이는 것이 다르다.


역사적인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베르사유 궁전을 먼저 짓고 합스부르크 왕가가 이를 본떠 만들었다고 하고, 본떠서 만들던 과정에서 자금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규모를 축소해서 두 궁전의 크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쇤부른 궁전을 애초에 베르사유 보다 작고 소박하게(?) 설계를 했을 수도 있다.

왼쪽이 쇤부른, 오른쪽이 베르사유 궁전


쇤부른 궁전과 베르사유 궁전의 축소 모형이다. 한눈에 봐도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다. 크기로는 베르사유 궁전이 압도적으로 1승이다.

왼쪽이 쇤부른, 오른쪽이 베르사유 궁전 모형이다.


쇤부른 궁전은 내부 투어도 가능하고, 한국어 가이드도 있어서 혼자 구경하기에 나쁘지 않다. 가끔은 사진 촬영 금지인지를 모른 채 슬쩍 찍은 사진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사진 촬영 금지라 내부 모습은 실제 가서 보는 기회를 위해 남겨둔다.


쇤부른 궁전의 유래


쇤부른 중 쇤(schoen)은 아름다운, 부른(brunn)은 샘, 분수를 의미하니 쇤부른 궁전의 이름은 '아름다운 샘' 궁전으로 번역할 수 있다. 1619년에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티야스 황제가 사냥을 하다가 아름다운 샘을 발견한 이후로 쉔부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전체가 3층으로 된 나지막한 건물인데, 그 안에 방이 모두 1,441개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외벽 색은 마리아 테레지아가 좋아하던 노란색이고, 당시 노란색은 왕실의 건물만 칠할 수 있었다고 한다.


쇤부른 궁전 내부 투어를 마치면 꼭 궁전 뒤 정원을 거닐어 보기를 권한다. 키 크고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정원 공간에는 많이 없어서 해가 쨍쨍 나는 날에는 걷는 것 자체가 힘들긴 하지만, 이럴 땐 투어용 마차를 탈 수 있다.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마차를 타면 저 멀리 글로리에테,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동물원을 한 번에 돌 수 있다.



궁전 뒷 정원을 나서면 저 멀리 언덕에 글로리에테가 보인다. 평지로 된 정원을 지나면 지그재그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게 된다. 글로리에테에 오르면 멀리 비엔나 시내가 보이는데, 칼렌베르크 언덕과 함께 비엔나 시내 모습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는 핫스팟이다.


글로리에테에는 카페도 있으니 차 한잔 마시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시간 여유가 있는 여행객이라면 말이다. 느림의 미학이 곧 여행의 묘미임을 깨달은 사람이라면 잠시 쉬는 휴식과 비엔나커피 한잔이 주는 멋을 기대할 수 있다.


중간에 넵튠 분수도 있다. 벨베데레 궁전 정원 중간에도 있는 분수와 배치 형태가 비슷하다. 당시 건축 양식인가 싶게 만든다. 힘차게 내리 흐르는 분수 물줄기가 더위를 잠시 식혀주는 듯하다.


정원 언덕을 오르면 보이는 글로리에테다.

1757년 마리아 테레지아가 프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승리를 기념하는 개선문처럼 지은 건축물이라고 하는데, 당시 전쟁으로 숨지거나 부상당한 병사를 위로하는 의미로 세운 기념조형물이라고 한다.

이제는 쇤부른 궁전의 상징물처럼 자리매김되어 있다.


글로리에테 앞에서 보는 비엔나 시내 전경이다. 멀리 보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나지막한 건물들이 많은 비엔나에서는 저 정도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버드뷰(?) 포인트가 많지는 않다.


글로리에테를 내려와 정원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 분수들을 만날 수 있고, 반듯반듯 난 나무 사이 길들이 게르만족의 곧은 정신을 보여주는 듯하다.


멀리 보이는 궁전을 중심으로 형형 색색의 색감들의 조화가 눈길을 끈다. 어떻게 저리 질서 정연하고 반듯반듯 정원을 관리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정원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한나절 시간은 그로서 또 기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베르사유 궁전이 낫냐, 쇤부른 궁전이 낫냐고 물으면, 내 개인적인 생각은 절대적으로는 베르사유의 한판승이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쇤부른 궁전에 승리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유는? 한나절 시간 보내기에 적절하고, 무엇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엔나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듣고 싶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