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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Oct 16. 2023

슈테판 성당을 늘 시샘하는 하스 빌딩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에서 홀로 빛나는 하스 빌딩

하스 빌딩 하면 이름부터 낯설다.

슈테판 성당, 그라벤 거리, 케른트너 거리, 성페터 성당과 같은 이름은 아주 익숙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하스 빌딩은 슈테판 광장 한가운데서 빛을 발하고 있다. 비록 슈테판 성당의 그늘에 가려 사람들의 시선에서 비껴 나 있지만.


하스 빌딩은 슈테판 광장과 그라벤 거리 사이의 모서리 즈음에 있는 현대식 건물이다.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중세 도시 한가운데는 개발 자체를 금하고 있고 다만 리모델링만 허용하는 데 반해, 하스 빌딩은 중세 도시 건물들 사이에서 반사 유리로 된 옷을 입고 현대 건축미를 뿜어내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시선에는 잘 띄지 않는다.


하스 빌딩은 한스 홀라인이라는 건축가의 대표작이다. 1985년에 짓기 시작해 1990년에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처음 지어질 때는 많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커브형 벽면에 대리석과 유리를 반반씩 사용한, 그야말로 현대적인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이질적으로 보였을 법하다.


그리고 이 하스 빌딩은 사람들이 슈테판 성당을 찍을라치면 항상 주연이 아니라 조연으로 함께 자리를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빌딩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하스 빌딩의 묘미는 건축 양식 관점에서 대리석과 유리가 섞인 곡면의 외관이라기보다는 그 유리 벽면에 비친 슈테판 성당이 아닐까 한다.

600년 이상 된 고풍스러운 건물을 담아내는 현대적 건축물. 그것이 오래됨과 새로움의 조화이고, 그것이 혹여 한스 홀라인이 의도한 건축 정신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슈테판 성당을 찍으면서 살짝 위치를 바꿔 하스 빌딩 벽면에 비친 슈테판 성당은 어떤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참고로, 둥근 벽면으로 된 위층에는 식당이 있으니 그 식당에서 슈테판 성당을 보면서 한 때 식사를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커피만 마시러 올라가 본 적이 있으나, 커피만으로는 식당에 입장이 안 돼서 안타까웠던 적이 있다.

* 출처: 비엔나 관광청 인스타그램

별 다를 것도 없는 건물일 수 있지만, 그 건물에 얽힌 스토리를 알면 그 건물은 이제 나에게 '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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