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베데레 궁전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Kiss)'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클림트의 미술 작품들을 보기 위해 빼지 않고들 들리는 곳이다.
그런데 빼지 않고 들리는 곳 치고는 대부분 미술 작품만 보고는 다음 장소로 서둘러 가기가 일쑤이다. 그만큼 시간이 빠듯해서 효율적으로 핵심만 섭렵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하다.
유럽에서 나름 거주하면서 얻은 여행의 교훈은 유럽사람들처럼 한 장소에 한 주, 두 주, 심지어 한 달 넘게 머무르면서 여유를 즐길 수는 없지만, 여기저기를 다녀왔다는 자랑을 늘어놓기 위해 바쁘고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것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벨베데레 궁전은 이름의 의미 그대로 '아름다운' 궁전이다. 조경도 베르사유, 쇤부른 궁전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먼저 궁전 뒤쪽에 있는 너른 호수를 쭉 한 바퀴 돌아보자. 그 옛날 튀르키예와의 전쟁을 대승으로 이끈 오이겐 왕자가 더위를 식히고 매일 아침 비엔나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내려다보던 그 아름다운 정원을 걷는 것처럼 말이다.
벨베데레 상궁에서 내려다 보이는 정원과 하궁의 모습이다. 늘 그렇지만, 흰색, 파란색, 초록색, 그리고 빨간 지붕이 주는 색감의 조화가 과히 '벨베데레' 하다.
벨베레데 상궁에서 하궁 쪽으로 가운데 정원을 통해 쭉 걸어내려 가 보자.
높다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멋을 자랑하는 정원은 정겹다.
다만 나무들을 반듯반듯 가지치기해 놓은 모양을 볼라치면, 약간은 자연스러운 내추럴한 느낌보다는 인공적인 의도가 보이지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질서 정연한 게르만족의 성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상궁과 하궁 가운데쯤 분수도 있다.
분수는 당시 정원 양식의 하나인가 싶은 것이, 쇤부른 궁전을 가면 글로리에테를 올라가는 길에 넵튠 분수를 볼 수 있다. 질서 정연한 배치, 반듯반듯한 가지치기, 가운데 분수 이런 것들이 당시 정원 양식의 대표적인 콘셉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조각상들은 저마다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알 도리가 없다. 아마 그리스 신화를 모티프로 하지 않았을까 싶은 짐작만 하면서 그 자체로 즐긴다. 크게 의미는 없다.
그렇게 정원을 걷다 보면 어느새 하궁에 다다른다. 하궁도 전시관으로 쓰이기는 하지만, 굳이 시간을 들여 갈 필요까지는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로 치면 '경기도 카드'라 할 수 있는 니더 외스터라이히 카드. 일 년에 70유로 정도 내면 발급해 주는 카드로 비엔나와 주변 도시들에 여러 관광 상품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 있는데, 그 카드를 소지하면 하궁도 일 년에 한 번 무료다. 그 카드를 갖고 있다면 한 번쯤 들러봐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