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스트라세를 벗어나 도나우강의 푸른 물결을 찾아...
유럽인들, 아니 서양인들의 햇빛 사랑은 가히 광적이다.
유럽에서 일 년을 지내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유럽의 날씨는 10월 중순만 되면 해를 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다음 해 4월 정도까지 계속이다. 맑고 쾌청한 날 보다는 어둡고 칙칙한 날들이 더 많다.
심지어 겨울에는 비타민 D를 먹어야 한다고 하고, 실제로 먹는 사람이 주변에도 꽤 많다. 햇빛을 못 봐서 피부가 햇빛에 접촉하는 시간이 줄면 비타민 D 합성이 적어지고, 그 때문에 우울증이 온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건 동양, 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이면 공통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해만 나면 겉옷을 벗어던지고 수영복만 걸친 채 여름 따가운 햇살을 즐긴다. 마치 한 해 동안 필요한 비타민 D를 한 때에 다 비축이라도 할 듯이 말이다.
도나우 강변은 선탠 하기에 최적이다. 강변에서 선탠 하다 더우면 도나우 강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인 J는 도나우강에서 보트를 빌려 타다 보면, 멀리서 까만 수박들이 물 위에 동동 떠다니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의 사우나 혼탕 문화가 자연스러워서인지 강변에서 수영복을 입은 채 누워 있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옷을 갈아입을 탈의 공간도 따로 없다. 깔고 누울 큰 타월 하나를 둘러서 옷을 갈아입는다. 가끔은 그냥 아무것도 가리지 않은 채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과감함을 보여주는 분들도 있다. 어릴 때부터 남녀 성에 대해 거리낌 없이 자란 터라 사람들도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렇게 도나우 강변은 선탠에 최적의 장소 중 하나다.
도나우강, 아니면 다뉴브강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으로 내 머릿속에는 연관 검색 돼 있다.
아주 옛날 어릴 적 오락실에 가면 '서커스 찰리'라는 게임이 있었다. 처음에는 사자를 타고 불붙은 원을 타 넘기, 외줄을 타고 나에게 다가오는 원숭이 넘기, 그리고는 공중에 매달린 줄을 하나하나 잡고 건너기 같은 서커스로 구성된 게임이다.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흥얼거리던 그 선율이 나중에 알게 된 요한 슈트라우스의 곡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름 퀄리티 높은 게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내 머리게 각인된 도나우 강은 그렇게 나의 일상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비엔나에 가면서 도나우 강은 나에게 '꽃'이 되었다.
1호선을 타고 도나우 인젤에 내리면 걸어갈 수 있고, 자전거를 한 시간 빌려 도나우 인젤을 달려봐도 좋고, 코파 비치에 가서 모래를 즐겨도 좋으며, 렘베티코 식당에서 그리스식 점심을 먹어도 좋다.
무엇이든 유럽의 파란 하늘과 함께 하는 하루는 그대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