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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K: Kaiserlich와 Koeniglich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

by 비엔나 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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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시내에 있는 데멜 카페를 가면 대부분 '아. 여기가 데멜까페 구나', '늘 줄이 엄청 길게 서 있네? 기다릴까? 다음에 올까?, '다음에 오더라도 사진은 남겨야지? 그러면 유리창 안으로 Kaiserschmarrn(카이저 슈마른)을 굽고 있는 요리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비엔나에 여행이 아닌 생활을 한 나도 그랬다. 늘 늘어선 줄을 보면서 언제 기다려 다음에 오지 하면서 발걸음을 돌린 지 세 번만에 카이저슈마른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런데 데멜 카페 이름을 보면 그 아래 작은 글씨가 있다. 1786은 당연히 1786년에 가게를 만들어 지금까지 영업하고 있는 유서 깊은 가게임을 자랑하는 숫자다. 그런데 그 위에 K.u.K HofZuckerBaecker는 무엇일까? 일단 쉬운 것부터 해결하면 Hof는 궁전을 의미한다. 근처에 있는 호프부르크 왕궁의 이름에 있는 그 호프다. Zucker는 설탕인데, 달달한 과자를 의미할 때 쓰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Baecker는 베이커리나 요리사를 의미한다. 그러면 궁전에 진상할 과자류를 만드는 가게 또는 요리사를 의미한다고 쉽게 짐작이 된다.


그런데 그 앞에 있는 K.u.K.는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다. K.u.K는 Kaiserich und Koeniglich의 약자다. 앞에 카이저는 황제, 뒤의 쾨니히는 왕족이란 의미다. 합스부르크 왕가와 관련이 있는 단어이다.


역사를 좀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합스부르크 왕가 사람들은 독일어로 황제(Emperor)나 왕(King)을 뜻하는 K와 K로 시작하는 파생어들을 좋아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황제(emperor)를 뜻하는 카이저와 카이저에서 파생된 단어로 제국(imperial)을 의미하는 카이저리히(Kaiserlich), 그리고 왕(king)을 의미하는 Koenig와 왕이나 왕족 소유의(royal)라는 의미의 Koeniglich가 있다.

따라서 K.u.K.는 Kaierlich und Koeniglich인데, 영어로 번역하면 Imperial and royal이다. 이 약어는 1804년부터 1867년까지 동유럽을 지배했던 오스트리아 제국의 모든 국가기관, 나아가서는 1867년부터 1918년까지 번성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대에 제국 전체의 국가 기관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K.u.K.는 오스트리아 제국이 건립된 1804년 이전인 1786년부터 영업을 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이전에 K.u.K.는 왕실로부터 공식적인 인증(official warranty)을 받아 물건을 납품하던 기관이나 가게에서 가게 홍보를 목적으로 왕실에 납품하는 가게라는 것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허락받아 사용한 홍보문구이다. 따라서 콜 마르크트 거리에 있는 데멜 카페는 왕실에 제과를 납품하는 베이커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데멜 카페에서 아인슈패너와 카이저슈마른을 먹더라도 이런 자그마한 상식을 알고 나면 데멜 카페가 또 달리 보일 것이다. 이제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그 옛날 합스부르크 왕가 사람들이 즐기던 빵과 과자를 맛보자. '미스터 초밥왕'에서 주인공이 만든 초밥을 입에 물고 눈을 감으면 주인공이 초밥에 담았던 이미지가 떠오르듯이, 그 옛날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이 동유럽을 호령하던 장면이 눈앞에 떠오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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