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카페 문화의 대표, 첸트랄(Central)에 가다
비엔나를 제대로 즐기는 여러 가지 관점 중 하나는 단연코 카페다. '비포 선라이즈'의 배경이 된 카페 Sperl 뿐만 아니라 비엔나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대표적인 카페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첸트랄(Central)은 1, 2위를 다툴만하다.
첸트랄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슈테판 플라츠에서 가까울 분만 아니라 사다리꼴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멋지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카페이다. 특히나 야경으로 보는 첸트랄은 한번 보고 나면 머리에 잔상이 오래 남는다.
토요일 오후. 집에서 맥에어를 잡고 무언가를 해야 할 때면 '이렇게 좋은 날에 방구석에서 무얼 하고 있나, 무언가 의미 있는 이벤트라도 해야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때는 노트북을 들고 첸트랄로 간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처럼 충전구가 없지만, 그 아날로그 감성이 좋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스트리아 작가인 페터 알텐베르크(Peter Altenberg)가 제일 먼저 맞아준다. 이 카페에 자주 오던 단골손님이었단다. 그 사람 말고도 '꿈의 해석'으로 유명한 정신분석가 프로이트, 키스로 유명한 클림트, 심지어 히틀러도 자주 찾았다고 한다. 당시 비엔나의 카페는 커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지식인들이 모여 신문을 보고 서로 지식을 나누고 토론하고 영감을 얻는 '창조의 공간'이었던 것 같다. 아주 오래전 대학로에 가끔 가던 '학림'이라는 카페가 굳이 치자면 요즘 유행하는 'K-비엔나 카페'가 아니었을까 싶다.
진열대에 줄을 맞춰 놓인 케이크들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줄도 줄이지만 색감도 왠지 잘 어우러져 보이는 건 첸트랄의 명성 때문일까. 무얼 먹어도 오후에 '달달이'가 필요한 시간을 나와 함께할 것 같다. 참고로 케이크는 진열대에서 선택해야 하지만, 커피는 자리에서 주문을 하면 된다.
안쪽 벽면에는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유명한 씨씨 황후와 그녀의 남편 요제프 프란츠 1세의 초상화가 있다. 마치 쇤부른 궁전에나 있을 법한 왕가의 초상화가 걸려 있으니 그 옛날 명성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첸트랄의 가장 묘미는 라이브 피아노 연주라고 할 수 있다. 익숙한 듯 낯선 듯한 피아노 선율을 듣고 있노라면 그 옛날 비엔나의 지식인들이 모여서 철학과, 문학과, 사회와 과학을 논하던 장면이 눈앞에 겹쳐지기도 한다. 비록 그 시대엔 없었던 애플 노트북을 앞에 두고 말이다.
카페 첸트랄에서는 늘 아인슈패너를 마신다. 멜랑쥐는 카페라테와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라 '정통' 비엔나커피라 할 수 있는 아인슈패너를 마셔야 비엔나와 그 한복판의 카페를 제대로 즐기는 느낌이 든다고 하면 다소 과장이 있게 들린다. 우리나라에도 '비엔나커피'라는 프랜차이즈가 있지만, 고풍스러운 수백 년 된 건물 안에서 즐기는 아인슈패너야 말고 비엔나커피 문화의 절정이 아닐까 싶다.
기둥과 맞닿은 곳에 있는 아치, 높다란 천장, 아주 오래된 오크색 가구들이 카페 첸트랄의 멋과 맛을 더해주는 것 같다. 그렇게 두어 시간의 호사스러움을 잠시 접고 집으로 돌아오면, 누군가의 책 이름처럼 '비엔나는 천재다'라고 한 분의 느낌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것 같다.
그래 비엔나는 보물이고, 비엔나는 천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