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올라 비엔나를 내려다보다
유럽이 아니더라도 어느 도시라도 여행을 가게 되면 꼭 찾는 것 중 하나가 야경이나 아니면 높다란 빌딩, 성당 위에 올라가서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다. 뉴욕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올라가기, 캐나다 시어스 타워 가기는 여행의 필수 아이템 정도로 생각되는 것 같다.
유럽 도시들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같은 현대식의 높다란 빌딩 대신 고딕양식에 따라 하늘을 찌를 듯이 높게만 높게만 지은 성당들에는 어김없이 첨탑 주위를 올라 도시를 볼 수 있는 곳들이 많다. 비엔나에는 슈테판 성당, 피렌체에는 두오모, 로마에는 천사의 성, 세비야의 히랄다 탑 등이 그런 곳 들이다. 지도를 보는 것보다는 한눈에 도시가 들어올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빨간색의 유럽풍 지붕들이 즐비한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양을 보노라면 그 도시의 감춰진 진면목을 보는 듯하다.
비엔나도 여러 각도에서 전체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핫스팟들이 있다.
성슈테판 성당
슈테판 성당은 비엔나 시내 관광을 위한 기준점이다. 이곳 내부를 둘러보거나, 북쪽 탑이나 남쪽 탑을 올라보는 것부터 비엔나 시내 관광이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당 안에서 돈을 내고 유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북탑을 오르면 멀리 시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맑은 날에는 파란 하늘, 흰 구름, 성당 지붕의 기와, 고딕 양식의 첨탑, 그리고 오래된 비엔나 시내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참고로 남탑은 총 343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반면, 북탑은 엘리베이터로 오를 수 있다.
UNO 시티
비엔나에서는 유엔 건물 근처를 UNO 시티라고 부른다. UN Office가 있는 곳이란 의미이다. 이곳에는 비엔나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고, 검은색의 높다란 건물이 위용을 자랑하는 PwC 건물이 있다. 이 건물에는 멜리야라는 호텔이 있는데, 호텔에서 운영하는 스카이라운지 식당과 바가 있다.
식당은 점심 기준 인당 25유로 정도 하고, 바는 저녁에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 건물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보는 비엔나 야경과 전경은 또 나름대로의 운치를 전해준다.
참고로 근처에 도나우(Donau) 타워가 있는데, 그 타워 꼭대기에도 식당이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남산타워 꼭대기 식당에서 밥 먹는 사람이 드문 것처럼, 도나우 타워에 올라서 식사를 했다는 지인들은 찾아볼 수 없다.
쇤부른 궁전 글로리에테
쇤부른 궁전 뒤 정원에 다다르면 저 멀리 언덕 위에 글로리에테가 보인다. 지그재그로 생긴 길을 따라 오르면 꽤 운동이 될 정도로 높다. 그 글로리에테에 올라 쇤부른 궁전을 바라보면 궁전 배경으로 비엔나 시내가 보인다. 여기에서의 전경은 인상적이지 않으니 굳이 시내 전경을 위해 오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Das Loft 바
시내에 2호선, 4호선이 만나는 슈베덴플라츠역 근처에 소피텔 호텔이 있는데, 그 호텔 18층에는 Das Loft라는 식당 겸 바가 있다. 식사를 하면 창가에 앉을 수 있고, 바를 이용하려면 창가가 아닌 가운데에만 앉을 수 있다. 해 저물기 전에 가서 맥주 한잔 마시고 있다 보면 어느새 붉게 노을이 물든다. 나름 장관이다.
참고로 Das Loft는 해당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Walk-in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핫스팟이다.
19구 수영장
비엔나에는 공영 수영장이 꽤 있다. 그중에 19구에 있는 수영장은 지대 자체가 높아서인지 수영장에서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용 요금이 더 비싸지는 않다. 혹 여름에 수영복 챙겨서 비엔나를 여행한다면 스파 대신 수영장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으리라.
칼렌베르크 언덕
비엔나 전경의 압권이다. 탁 트인 시야에 즐비한 와이너리까지를 한눈에 즐길 수 있는 '머스트 고' 핫스팟이다. 차로 가는 것이 편하지만,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성이 좋다. 시내 기준으로는 2호선을 타고 쇼텐터(Schottentor) 역에 가서 38번 트램을 타고 그린칭 종점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오르면 된다. 시내 기준으로 약 1시간 정도 잡고 가면 된다.
멀리 유엔, PwC 건물부터, 소위 '여의봉'이라고 부르는 슈피텔나우 쓰레기 소각장, 슈테판 성당과 같은 특징적인 건물들을 볼 수 있다.
이 전망대 옆에는 호텔이 하나 있는데, 1층 레스토랑에서 아인슈패너나 아이스커피(Eis Kaffee)를 한 잔 마시면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면, 비엔나의 '멋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West Bahnhof 근처 이케아(IKEA) 옥상
그 외에 유튜브 브이로그 등을 보면, 6구 서부역 근처에 이케아 옥상에 올라가면 무료로 비엔나 전경 뿐만 아니라 노을을 볼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비엔나 전경을 내려다 보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