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도시 여행에서 늘 그랬듯이, 마이리얼트립에서 더블린 시내 도보 당일 투어를 신청해서 이른(?) 아침 만났다.
당일 투어는 한계가 3시간. 그 이상 되면 여행에 대한 설렘보다는 약간 지친 마음이 앞서게 된다.
집합 장소로 가는 길에 만난 인썸니아 커피. 번역하면 불면증 커피
아일랜드 현지 브랜드 커피이며, '깨어 있는 것에 대한 사랑'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카페인이 얼마나 들었으면?
더블린 한인 투어.
어느 광장에서 모였는데, 첨탑에 대해 설명을 들었으나 5년이 지난 지금은.. 잊었다.
그러나 또 구글 검색.
더블린 첨탑(Dublin Minaret). 미나렛이면 이슬람 사원의 각 모서리에 세워진 첨탑을 이르는 말인데 그 용어를 쓰나 보다. 미국 워싱턴 DC의 워싱턴 마뉴먼트를 생각나게 한다.
더블린 전체의 랜드마크이자 가장 높은 건물로 밝은 기념비(bright Monument)라고 불리는데 17년 동안 지어졌다고 한다. 첨탑 전체가 스테인리스 스틸로 싸여 있으면 기네스 세계 기록에서 가장 높은 야외 조각품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첨탑 아래 반짝이는 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다음 행선지는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동상.
아일랜드가 낳은 대문호다.
대학 갖 입학하고 나서 교양영어 수업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Boarding House를 읽으면서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 후 그 Boarding house를 포함해 더블린 사람들의 삶을 묘사한 15편의 단편이 실린 더블리너스(Dubliners), 율리시스(Ulysses)와 같은 명작들을 남긴 작가라 시내 거리 한 복판에 동상이 서 있다.
기념사진 찰칵.
유리 안에 전시돼 있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던 해 1916년 독립전쟁(1916 Rising)을 기념해서 만든 동상인데,
전설의 아일랜드 영웅 Cuchulainn의 동상이라고 한다.
유럽에서 흔한 트램.
전차는 최신식이지만 트램 위 전선 등이 옛 감성을 자극한다.
아일랜드를 가로지르는 강둑에 있는 물건.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니
과거 강변에 배를 정박시킬 때 걸어두던 고리다.
6월임에도 날씨가 변화무쌍하고 흐리고 추웠는데,
이 조각상들을 만나려고 그랬나 보다.
1847년 아일랜드를 덮쳤던 대흉년(National Famine). 그때 아일랜드 사람들의 처절한 현실을 담은 조각상들이 있다.
아일랜드를 먼저 다녀갔던 지인은 차마 이 동상의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고 할 정도로 처절하다.
아일랜드 대기근은 1845년에서 1852년까지 발생한 대기근으로 백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다수의 아일랜드 사람들이 미국, 영국으로 집단 이주했던 사건이다. 1840년대 아일랜드 인구가 약 850만 명이었는데, 대기근 후 600만 명 가지 감소했다고 한다.
아일랜드에서는 17세기 이후 식량을 대부분 감자에 의존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밀이나 옥수수는 영국인 지주들이 다 가져갔기 때문에 감자 밖에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1848년에 감자마름병이 발생하면서 감자 대흉년이 들었고, 주식이었던 감자조차 구할 수 없게 되면서 영양실조와 각종 병이 만연했다고 한다.
직접적인 원인은 감자마름병이었으나, 원천적으로 밀과 옥수수 같은 다양한 식량원들을 영국인 지주들이 다 가져갔기 때문에 일어난 식민지와 피식민지간의 착취 구조였다고 한다.
당시 아일랜드 사람들이 영국에 도움을 청했으나 당시 영국 왕을 비롯한 지주들은 오히려 아일랜드 사람들의 게으름을 탓하며 원조를 거부했다고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강가에 서 있는 동상들을 보고 있으면 피골이 상접한 사람들, 그 괴로워하는 표정 하나하나가 들어오고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다시는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가이드를 따라 걷다 보니 재미있는 풍경도 있다. 아일랜드의 유럽풍 건물에 고담시티를 지키는 듯 배트맨이 서 있다.
전공은 못 속이나 보다. 아일랜드 중앙은행에 카메나 셔터가 눌러진다.
약 한 시간 반 동안 절반 정도 일정을 마치고 트리니티 대학 내 광장에 섰다. 가이드가 트리니티 대학, 그 대학의 도서관(롱룸), 그 도서관 안에 전시된 켈스의 책(The book of Kells)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켈스의 책은 중학교 시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있어 꼭 보고 싶었다.
켈스의 서는 라틴어로 구성된 켈스족의 복음서로 과거 로마에 의해 정복되기 전까지 영국과 주변 섬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켈트족들이 라틴어를 읽고 쓸 수 있었고 예술에 조예가 깊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받는 책이다.
서양사가 대부분 서양을 지배했던 민족들의 관점에서 쓰인 역사임을 감안하더라도, 세계사 시간에 배운 켈스의 서는 직관하고 싶었다.
그 뒤에 템플바 등에 대한 투어를 과감하게 버리고, 당일 투어 대열에서 이탈해 롱룸 도서관 줄 끝에 섰다. 그리고는 롱룸 도서관, 켈스의 서를 직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