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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Jun 16. 2024

이태리 토스카나 1: 사투르니아 야외 온천


한국으로 다시 귀국 하기 직전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순간까지 매 순간순간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러다가 이탈리아 토스카나로 무작정 떠났다.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가 마지막으로 돌아간 고향집의 사이프러스 나무. 토스카나 와인. 초록의 푸르름이 있는 곳으로 나는 갔다.


늘 하던 대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대중교통을 타기에는 토스카나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라 판단하고는 로마 피우치미노 공항에서 이탈리아 국민차 Fiat 500(우리나라에 잠깐 경차로 수입됐다가 그다지 흥행을 못해 막판에 반값 할인으로 떨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문에 제 값을 주고 차를 산 사람들이 수입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던 하던 기사를 본 적이 있다.)을 빌려 처음으로 간 곳이 사투르니아 야외 온천. 지금 사투르니아를 소개하려 한다.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전에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렌터카 에피소드를 남길까 한다. Fiat 500을 빌리겠다고 마음먹고는 늘 렌터카를 예약하던 사이트에서 예약을 했다. 아마 Rentalcars.com, Skyscanner.com, Expedia.com, 그리고 로컬 업체를 몇 개 비교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오토매틱 옵션(유럽은 오토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 Fiat 500을 빌리는 사람들은 대개가 수동을 찾는가 보다. 겨우 한 군데서 오토를 찾아 예약했다)


로마 피우치미노 공항에서 렌터카 셔틀로 10분가량 떨어진 곳에 가서 렌터카 빌리려는 대기 줄에 서 있다가 직원이 미리 예약 확인을 한다 해서 예약 이메일을 보여줬더니 얼굴이 갑자기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바뀐다. 뭐가 잘못됐냐고 물었더니 같은 회사인데 내가 예약한 곳은 피우치미노 공항이 아니라 참피노 공항이란다. 아뿔싸. 날도 덥고 시간도 없는데 참피노 공항을 그 시간에 다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에 순간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어떻게 가지?', '다시 가서 차를 픽업하고 가면 오늘 하루를 그냥 날려버릴 수도 있는데, 어떡하지?'. 결국 우버를 타고 참피노 공항으로 가서 차를 빌려 토스카나 첫날 여정을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렌터가 회사 주소를 잘못 찍은 나머지 영어가 거의 안 되는 이탈리아 여성 운전자 분과 실랑이 끝에 참피노 공항에 내려 렌터카 회사 셔틀을 타기로 했는데, 그 셔틀은 또 어디서 타는지 언제 오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마냥 기다리다가 결국 또 우버를 타고 렌터가 회사로 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꼼꼼하게 픽업장소와 주소를 확인하지 않는 게으름이 가져온 '대참사'였다. 앞으로는 반성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언제나 역사는 되풀이되는 법이다.


이제 다시 사투르니아 야외 온천으로 가 보자. 로마 공항에서 렌터카로 약 2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있다. 어느 분 블로그를 보니 예전에 JTBC에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탈리아> 편에 소개됐었다고 한다.


오전 내내 렌터카 픽업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겪으면서 시간을 많이 허비해 버려서 다시 오후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여행을 계획할 때 알아보니 유황 냄새가 많이 나니 반드시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가라, 옷을 갈아입을 데가 없으니 차에서 미리 갈아입고 가든지, 아침에 출발할 때 안에 수영복을 입고 가라 등등의 주의 사항을 봤던 터라 준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정작 가서 보니 옷을 갈아입을 데가 없고, 심지어 샤워를 할 곳도 없었다. 그래서 건물 뒤 인적 드문 공간에 가서 얼른 수영복을 갈아입고 온천에 들어갔다. 물 온도는 유럽 대부분의 스파가 그렇듯이 온천이라고 뜨거운 것이 아니라 미지근한, 그래서 온천에 오래 머물러 있어도 되는 딱 좋은 온도이다.


온천물은 석회수가 섞여 있어서 그런지 온천을 만드는 벽들이 미끌미끌했다. 그리고 물 자체도 아주 맑은데 유황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전체 풍광을 보면 알겠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계단형 온천들이 만들어져 있다. 굳이 옛날에 그랜드 캐년을 보면서 대자연의 조각 실력에 감탄하던 기억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사투르니아 온천만 봐도 저 건물 뒤에서 폭포처럼 떨어지는 물줄기가 어떻게 경사와 계단을 만들고 그 사이사이를 유황 물로 채우면서 온천을 만들었을까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긴 말이 필요 없을 듯하다. 토스카나 여행을 계획한다면 감히 사투르니아 온천에 하루를 써서 몸을 담그고 파란 하늘과 흰 구름, 건너편 언덕의 푸르른 초원이 주는 색감의 조화를 감상하며 잠깐의 피로를 풀어본다면 더없이 좋은 기억이 될 것으로 믿는다. 두어 시간을 보낸 뒤에 가지고 간 큰 수건(수영복 갈아입기 용도)으로 물기를 대충 닦고는 또 한 시간 반을 달려 첫날 숙소로 향한다.




잠깐! 여행 팁


아쿠아 슈즈가 있다면 가져가는 것이 좋다. 바닥이 미끄러운 데 작은 돌들이 많아 걸으면 발바닥이 아주 아프다. 아쿠아 슈즈면 최상. 아니면 적어도 슬리퍼 정도는 신고 온천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큰 수건을 하나 준비해 가서 탈의실로 써야 한다. 좀 전에도 얘기했지만, 옷은 따로 갈아입을 곳이 없으니 큰 수건을 하나 가져가서 허리에 감고 수영복을 갈아입어야 한다. 유럽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렇게 수영복을 갈아입으니 별달리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다. 로마에서는 로마법까지는 아니어도 로마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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