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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Jun 23. 2024

이태리 토스카나 2: 시에나



로마, 피렌체, 베니스의 도시스러움과 또 다른 이탈리아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토스카나로 떠나라


'렌터카 해프닝'의 난관을 헤치고도 토스카나 첫날에 계획했던 사투르니아 온천을 무사히 즐긴 후 또다시 한 시간 반 남짓 운전해서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다음 날 시에나, 피렌체, The Mall, 산 지미냐노 일정을 고려해서 한적한 곳으로 예약했다. 숙소가 너무 넓고 깨끗하고 편한 데다가, 아침으로 오렌지 마말레이드와 빵까지 준비해 준 호스트의 배려에 감동했다.


다음 날 아침. 또 late worm 기질이 발동되어 드라이브 일정이 빠듯함에도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를 맞이한다. 먼 길을 와서 그런지 밤에 물도 켕길 것 같아 자리끼도 챙기고, 아직은 차가운 기운이 있어 감기 들지 않게(코로나로 오인받기 싫어서) 이불도 충분히 챙겨서 잠을 청한 뒤의 아침이다.


밤에 늦게 도착해서 체크인하느라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옛날 성곽 안의 마을 한 복판에 있는 집이다. 여느 호텔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 토스카나 마을의 첫인상이다. 일부러 틈을 내서 마을 어귀를 한 바퀴 돌아본다. 이른 시간이라 인적도 드물고 아침 빵과 커피를 먹을 만한 카페들도 문을 열지 않았지만 마을은 한적해서 좋다.


그리고는 차를 몰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운전을 시작한 지 5분 여 남짓 되었을까. 저 멀리 사이프러스 나무가 열 지어 서 있는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다음 일정은 다 잊고 무조건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챙긴다. 앞에 가보니 사유지. 그럼에도 사이프러스 나무가 주는 마력에 이끌려 입구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사이프러스 나무의 열병식과 그 사이에 있는 이탈리아 국민차 Fiat 500. 그리고 그 차를 운전하는 나. 꼭 담아보고 싶은 사진이었다. 사유지라서 그 안에서 트랙터를 몰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사진과 영상을 찍었는데, 정작 내 옆을 지나가면서는 반가이 손을 흔들며 웃어 준다. 그것이 도시가 아닌 시골의 여유란 생각이 든다.



피렌체와 비슷하지만 피렌체와 다른 중세 도시. 시에나


차를 주차하고 시에나 올드타운으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간다. 느낌은 작은 피렌체 같다.

찬찬히 걷다 보면 어느새 시에나 두오모에 도착한다. 매끈한 흰색과 까만색 벽돌의 조화로운 색감. 왠지 익숙하다. 그렇다. 브루넬레스키가 로마의 판테온 등을 연구한 후 설계한 돔으로 유명한, 피렌체의 두오모,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의미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과 같은 양식 유사해 보인다. 흰색과 검은색 띠가 그렇다. 그것은 충분히 짐작된다. 지리적으로도 아주 가까워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음직 하기 때문이다. 입장료를 받지만 그래도 언제 다시 오겠다 싶은 마음에 그냥 지나치고 싶지는 않았다. 돔까지 올라가는 옵션도 있었으나 성당 내부만 구경하는 티켓을 끊어 들어간다.  '유럽에서 지내면서 너무도 익숙한 성당 구경'이라 이제는 성당은 굳이 보러 들어가지도 않던 나였지만 말이다.


성당을 가면 늘 이런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건축기술이나 장비들이 있던 시절도 아닌데 중세 교회권력이 얼마나 강했길래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시민들의 노동력을 동원해서 이렇게 화려하고 위엄 있게 성당과 교회를 지었을까 하는 생각. 과연 하나님의 이름과 권능으로 죄진 자들을 구원하려 한 종교가 맞나 싶은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할슈타트 성당처럼 검소하고 소박한 교회나 성당을 보면 더더욱 정감이 가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어르고 달래줄 안식처. 그것이 종교의 사회적 책임이 아닐까 싶다.




잠깐. Tip! : 시에나 주차는 올드타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공영주차장으로 가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요금은 시간당 2유로. 다만, 가장 가까운 주차장을 살짝 지나치면 ZTL 존이 있다. 거기를 모르고 지나치는 순간 아주 비싼 티켓을 받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하자. 참고로 ZTL은 이탈리아에서 유적지를 보호하기 위해 거주민과 같이 사전에 허가를 받은 차량 외에는 통행이 금지되는 구역이다. Zona Traffico Limitato인데. 말 그대로 통행제한구역이다. ZTL을 어기게 되면 지역이나 장소에 따라 80~335유로의 높은 범칙금이 부과된다고 하니 유의해야 한다. 또 렌터카를 이용하다 걸리면 렌터카에서 행정처리 수수료를 40~50유로 더 부과하니 더더욱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오모를 뒤로 하고 다시 캄포 광장으로 간다. 가는 길에 어느 가게에 들러 초콜릿으로 살짝 당분을 보충하고 빵에 발라먹거나 파스타에 얹어 먹을 트러플 소스도 샀다. 가게 이름은 Nina and Friends 였던 것 같은데 후기를 보면 다들 뭐지? 하고 들어갔다가 초콜릿 시식하고 소스 사서 나온다니 우연히 제대로 된 선물가게에 들렀나 보다.


캄포 광장은 반원형의 큰 광장이다. 반원으로 된 쪽에서는 시청으로 쓰이는 푸블리코 궁전과 중세시대의 종탑인 만지아의 탑을 바라보게 설계되어 있다. 날도 덥고 햇살도 따가워서 광장이 바라보이는 카페에 자리 잡고는 아이스커피 한잔 마시며 더위를 잠깐 식혀 본다.




티본스테이크의 도시. 피렌체


시에나를 떠나 한 시간여 떨어진 피렌체로 간다. 미리 2년 전쯤에 여행 가서 사흘간 머무르면서 마이리얼트립에서 시티 가이드 투어, 우피치 미술관 가이드 투어(당시 피렌체에서 미술사를 전공하던 학생이 가이드였는데, 너무 설명을 잘해 줘서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지식으로 다른 유럽 도시의 미술관을 가면 그림을 보는 것이 즐거워졌던 기억이 있다.), 벤키 아이스크림, 불쇼로 유명한 트러플 파스타집, 미켈란젤로 언덕, 베키오 다리 등등을 다 섭렵했던 터여서 다시 전체를 복습하기보다는 딱 하나만 하자 싶었다. 티본스테이크. 그래서 한국분이 운영한다는 달오스테로 갔다. 처음 갔을 때는 몰랐는데 사진을 찍으려다 보니 World's 101 Best Steak Restaurant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참고로 피렌체가 스테이크로 유명한 이유는 가죽공예 때문이라고 한다. 가죽 공예가 발달하다 보니 자연스레 고기를 어떻게 처리? 해야 했을 테고, 그것이 스테이크로 이어졌다고 들었다.




탑으로 유명한 산 지미냐노


피렌체 티본스테이크를 즐기고 The Mall을 거쳐 해 떨어질 때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 산 지미냐노로 갔다. 여기는 높은 언덕에 세워진 성곽 도시다. 이미 어둑어둑해져서 마을을 천천히 걸어본다. 건물마다 높이 솟은 탑들이 눈에 띈다. 밝은 낮이 아니어서 예쁜 도시의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한 토스카나 중세 도시 하나 갔고, 내 구글 맵에 유럽 땅 내에 가 본 곳을 의미하는 별표를 하나 더 찍었다. 약간은 쌀쌀하지만 중세 도시의 야경은 매력적이었고, 곁에 누군가가 있으면 손 꼭 잡고 같이 걷고 싶게 만드는 매력은 있다.


이렇게 나의 토스카나 여행 이틀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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