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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Jun 30. 2024

이태리 토스카나#3: 발도르차 평원과 몬테풀치아노


발도르차 평원의 사이프러스 길을 찾아 무작정 드라이브


오늘은 토스카나 짧은 여행의 마지막 날. 토스카나 여행을 가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나에게는 적어도 드넓은 초록빛의 평원과 사이프러스 나무들이었다. 아마도 글래디에이터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봤던 터라 영화 마지막에 막시무스가 고향집으로 돌아갈 때의 그 사이프러스 나무들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느 블로거의 추천 핫스팟을 구글맵에 찍어 두고는 숙소부터 몬테풀치아노까지 대강의 갈 방향을 짜고는 그냥 차에 나를 맡겼다. 처음으로 간 곳은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런데도 초록 평원과 버섯처럼 모여있는 노란색 유채꽃. 그리고 사이프러스가 나를 유혹한다. 오늘은 급할 일이 없다. 그냥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곳에 잠깐 차를 세우고 드넓은 초록 평원을 느낀다.


발도르차는 토스카나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으로, 시에나 남부의 카스틸리오네 도르차, 몬탈치노, 피엔차, 라디코파니, 그리고 산 퀴리코 도르차를 아우르는 지역명이다.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할 만해서 2004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경험적으로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을 가 보면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




S자 사이프러스 길


아시아노라는 마을을 지나쳐서 다음 목적지인 S자 사이프러스 길을 따라갔다. 한참 언덕을 올라가서 구글맵이 알려주는 포인트에 도착했는데, 사유지라 문이 굳게 닫혀있다. 그래도 구글맵에도 포토 포인트처럼 표시가 돼 있어서 차를 잠시 주차하고는 언덕을 따라 올라갔다. 그러니 저 멀리서 눈에 들어오는 S자 사이프러스 길. 운치 있다, 멋지다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음을 안타까워할 정도로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이 토스카나 지역의 대표적인 풍경이구나 싶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수많은 블로거와 인스타그래머들이 다녀갔음직 하다. 한마디로 멋!지!다!.


혹시 몰라 발도르차 평원에서 살짝 거리가 있는 이곳에 가고픈 분들을 위해 좌표를 남겨둔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Crete+Senesi+vista/@43.1991657,11.587816,15z/data=!4m5!3m4!1s0x0:0x99f2e114db34c947!8m2!3d43.2007869!4d11.5904504


Cipressi di San Quirico d'Orcha


이곳은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곳인데, 사이프러스 나무 열 그루 정도가 동그랗게 심어져 있는 곳이라 인스타 찍기에 좋은 핫스팟이라고 한다.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이 글을 보고 여행에 참고할 분들을 위해 좌표를 남겨둔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Cipressi+di+San+Quirico+d'Orcia/@43.0626542,11.5238938,13z/data=!4m12!1m6!3m5!1s0x0:0xa595909f109ecf75!2sCipressi+di+San+Quirico+d'Orcia!8m2!3d43.0626542!4d11.5589127!3m4!1s0x0:0xa595909f109ecf75!8m2!3d43.0626542!4d11.5589127


진짜 막시무스의 집: Viale di Cipressi del film IL GLADIATORE


글래디에이터에서 마지막 장면은 막시무스가 고향집으로 돌아가면 저 멀리 집에서 아들이 반갑게 뛰어내려오는 장면이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막시무스의 환상 속의 장면이었던 것 같다. 그 집을 가보고 싶었다. 여기는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라 정문은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다. 철문 사이로 카메라를 넣고는 연신 사진을 찍어본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성에 차지 않아 옆으로 돌아 주민들이 드나드는 통로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 본다. 낯선 이의 방문을 그다지 반기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저 호기심 많은 관광객이거니 하는 마음으로 딱히 제지하지는 않아서 얼른 가서 사이프러스 나무 사잇길을 걸어 내려가 보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영화 속 장면을 따라서 말이다. 영화를 찍은 이후로 관광지처럼 관리를 하지는 않아서 큰 감흥을 주지는 않지만, 글래디에이터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봤다는 느낌은 아주 오래오래 갈 것 같다.


여기는 말 그대로 영화를 촬영했던 막시무스의 진짜 집이다. 참고로 사람들이 막시무스의 집이라고 알고 가서 사진을 찍는 곳은 아그리투리스모라는 농가 민박(사실은 3성 호텔이다)이다. 소위 가짜 막시무스의 집으로 통한다.




가짜 막시무스의 집: Agriturismo Poggio Covilli


사람들이 막시무스의 집이라고 믿고 사이프러스 길을 배경으로 온갖 포즈의 사진을 찍는 곳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박, 아니 정확히는 호텔이다. 언덕을 운전해서 가다 보면 저 멀리 성냥개비를 줄지어 꽂아놓은 듯한 사이프러스 나무길이 호텔과 함께 보인다. 잠깐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 있어 잠시 멈추고 저 멀리 평원 배경의 사이프러스 나무와 호텔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그리고는 조금 더 올라가면 호텔 입구를 만날 수 있다. 호텔 가까이로 차를 몰고 들어갈 수는 없지만 대개는 입구에 차를 잠깐 주차하고 사진을 찍는다. 여전히 이 날도 흰구름, 파란 하늘, 초록 평원의 색감의 조화가 마음에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사진작가들에게만 핫스팟: 포데레 벨베데레( Podere Belvedere):


포데레 벨베데레는 발도르차 평원에서 한 가운데 위치한 포토 스팟이다. 여기를 중심으로 주변에 진짜와 가짜 막시무스의 집, 사이프러스 나무가 동그랗게 심어져 운치를 더하는 사이프러스 디 산퀴리코 도르차가 있다. 여행을 계획할때 검색했을 때 가장 기대했던 곳이기는 하다. 발도르차 평원의 사진들 중에서 이 곳의 사진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은 사진일 뿐. 실제로 도착해서 깨달았다. 인터넷과 블로그에 올라간 사진은 전문가용  DSLR 카메라로 찍고, 색감을 보정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시간대도 late worm인 나는 상상이 안되는 새벽 시간에 약간의 안개 효과와 해 뜨기 전의 그 상쾌한 기운이 있을 때의 사진이라는 것을. 나의 아이폰 카메라로는,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기본 색감 보정으로는, 그리고 내 빈약한 미적 감각으로는 도저히 찍을 수 없는 사진들이라는 것을. 그래도 기억을 위해 사진을 남겨본다.


또 다른 S자 사이프러스 길을 만나다


이미 아시아노 근처 SP60번 도로에 있는 S자 길의 감흥이 남아 있어 그런지 '어 또 S자네', '괜찮네' 하고는 지나친다.



몬테풀치아노


시간상 피엔차를 그냥 가로질러 오늘의 마지막 여정인 몬테풀치아노로 간다. 이곳은 와인으로 유명한 도시이면서 아름다운 중세 시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시내 길을 따라 늘어선 상점들과 꼬불꼬불한 골목길 곳곳에 자리한 성당, 전망대를 보다 보면 중세 어느 마을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워낙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마을 전체도 평지가 아니라 경사가 아주 심해 걷기에 조금 불편하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 뉴문'의 촬영지였다고는 하나, 영화를 본 적이 없으니 비교할 수가 없어 아쉽기는 했다. 여기는 해지기 전에 가서 전망 좋은 식당을 예약한 후 석양을 보면서 저녁 식사를 하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잠깐! Tip!

나는 로마에서 Fiat 500을 렌트해서 돌아다녔지만, 파스텔톤의 컨버터블 Fiat 500을 빌려서 토스카나를 여행하고픈 분들은 피렌체에서 하루에 200유로 내외로 빌릴 수 있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우리나라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피렌체 현지 렌터카 업체에서 픽업하는 것으로 안내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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