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는 최초로 동성애자 신호등을 도입한 나라
동성애자 신호등과 독실한 크리스천 선배
서울에서 평소 친한 선배가 비엔나로 출장을 왔다. 나도 비엔나에 온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초보 생활인이었지만 그래도 여섯 달 동안 보고 들은 것은 있어 시내 투어를 함께 했다. 투어 중에 케른트너 거리 끝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길을 건너려고 서 있는데, 신기하게 생긴 신호등을 설명해 주고 싶었다. 초록색 신호에서는 치마를 입은 것으로 봐서는 여성인 듯 한 두 명이 손을 꼭 잡고 건너는 신호등인데, 그 여성들의 가운데에는 하트가 그려져 있다. 반대로 빨간색 신호에서는 가슴에 하트가 있는 두 여성이 손을 잡고 서 있는 모습으로 되어 있다. 나름대로는 예전에 그 신호등을 신기하게 보고는 왜 오스트리아에 그런 신호등이 있는지를 공부해 둔 적이 있어 그 얘기를 설명해 줬다. 그랬는데 다른 얘기에는 하나라도 놓칠 새라 귀를 쫑긋 기울이던 지인이 신호등 얘기는 시큰둥했다. 그다음 날인가 이유를 알았다. 그 지인은 독실한 개신교 신자여서 동성애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던 선배였던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최초로 동성애자 신호등을 만든 나라
오스트리아는 세계 최초로 동성애자 신호등을 도입한 나라로 기록되어 있다. 이 동성애자 신호등은 2015년부터 비엔나에서 설치되기 시작했는데,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을 신호등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 과거와 달리 상당히 관대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런데 교통 신호등이 빨간색이어도 차가 안 오면 그냥 도로를 건너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신호등에 눈길을 주도록 해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실험의 일환으로 도입되었다고 한다.
2015년 처음 설치 당시 뉴스가 국내에도 보도된 적이 있다. 이 동성애자 신호등에 대한 보행자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당시 자유당은 비엔나 교통담당 시의원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하겠다고 하고, 이 신호등 설치가 교통법규 위반이면서 당시 6만 3천 유로, 한화로 78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서 세금 낭비라고 비난했다. 그만큼 오스트리아와 같은 선진국에서도 동성애자 신호등은 논란의 쟁점이 되었던 것 같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시내를 걷다 보면 이런 신호등을 간간이 볼 수 있다. 그 선배와 같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게는 영 달갑지 않은 소품이 될 수 있지만 여행자들에게는 이 신호등마저도 하나의 숨은 관광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