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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Sep 09. 2024

하늘에 떠있는 공중 수도원, 그리스 메테오라 당일치기

그리스에서 메테오라를 당일치기하기로 마음먹고 비엔나에서 한걸음에 아테네로 갔다.


예전에 튀르키예, 그리스 여행 당시 거주권 사건(?)으로 하루 일정이 늦어지면서 메테오라 예약까지 다 마치고는 어쩔 수 없이 가지 못했던 기억이 있기에 뭔가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여기서 거주권 사건이란 EU 영토를 벗어날 때에는 오스트리아 장기 거주인임을 증명하는 거주권이 있어야 다시 EU영토 내로 입국할 때 문제가 없다. 만일 EU 영토 내 비자 없이 관광으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6개월인데, EU 입국 날짜보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 EU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려 할 때는 불법(?) 체류로 입국 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오스트리아 거주증이 있었음에도 깜빡하고 와이프와 애 거주증을 안 가져가고 여권만 들고 튀르키예를 갔는데, 튀르키예에서 그리스로 가는 비행기에서 거주증이 없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비행기를 탈 수가 없는 상황에 처했던 사건이다. 결국 지인 J에게 부탁해 공항으로 거주증을 들고 와 달라고 부탁한 후 이스탄불에서 비엔나로 비행기로 날아가서 정확하게 40분 안에 EU 입국, 거주증 받기, 다시 체크인을 해서 비엔나로 올 때 탔던 그 비행기를 다시 타고 이스탄불로 갔었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기장과 승무원에게 내가 다시 이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돌아갈 거니 좀 이따 보자 했더니 황당해하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못 다했던 공중 수도원 메테오라를 혼자서 다시 갔다.

아테네에서 전철로 기차역까지 가서 기차역에서 3시간 반 정도 걸려 메테오라로 가면 된다.

가는 방법은 자세하게 다른 글에 포스팅해 뒀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전철역에 있는 그리스 글자다. 수학 기호에서나 봤더 글자들이 많은데, 이상하게 러시아 글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도 P를 R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모두 다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어 비슷함이 느껴지는 것 같고, 그래서 몇 개 나라말을 한다는 건 이들에게는 어쩌면 쉬운 일인지 모른다.


전철에 그라피티를 한 건지 요란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얼마 전인가 우리나라 지하철에 외국인이 그라피티를 해놓고 도망갔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냥 그런 그런 문화의 단편이 아닐까 한다. 거북하진 않다.



그렇게 3시간 반여를 달려 칼람바카역에 도착했다. 가는 동안 러시아에서 온 노부부와 함께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며 와서 지루함은 덜었으나 역시 기차는 혼자 타고 풍경도 보고 생각에도 젖어보고 하는 것이 더 좋다.


참고로 내가 준비를 덜한 탓인지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삼삼오오 대기 중인 관광버스로 이동하는데 나만 버스티켓 오피스를 찾아 걷는다. 아차 싶었다. 미리 좀 더 공부를 했으면 나도 버스 예약하고 왔을 걸 싶었다. 인당 25유로면 편안하게 5개 수도원을 다 도는 일정이 가능했는데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티켓 파는 곳을 찾아 시외버스(?)를 타고 첫 수도원으로 향한다.

메테오라 마을 뒤편에서는 깎아지른 높다란 암석들이 병풍처럼 쭉 둘러있다. 그대로 장관이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 메테오라 수도원 전경을 보여주는 안내판이 있다.

버스는 제일 큰 수도원으로 먼저 간다. 대메테오라 수도원이다. 그 아래로 바를람, 루사노 등이 있다. 24개 수도원 중에 6개만 오픈한다고 하는데, 6개 모두를 갈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난 대메테오라, 바를람을 들렀다가 내려오는 길에 루사노를 들렀다. 그것만 해도 혼자 여행으로는 벅찰 정도인데, 버스 투어를 했으면 저기 왼쪽 끝에 있는 곳까지 다녀오는 것 같다.


비엔나에서 가져간 괴서 라들러다. 더운 여름에 갈증을 잠시 달래기엔 그만이다.

대메테로라 수도원을 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 올라가며 찍은 사진. 대메테로라가 메갈로(megalo)라 부를 정도로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높다.


대메테오라를 가다 보면 저 아래쪽으로 바를람(Varlaam) 수도원이 깎아지른 절벽 위에 아찔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런 곳에 수도원을 지을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찔하다.


수도원 아래로 멀리 보이는 칼람바카 마을이다. 임수는 아니지만 배산, 아니 배암이 명당인 듯싶다.



대메테오라 수도원이다. 수도원마다 현금을 3유로 정도 내고 들어가야 하니 현금은 필수다.

수도원 전경을 휘 둘러본다. 수도원은 그냥 수도원이다.

한 가지 짧은 바지의 여성 여행객들을 위해 둘러서 걸치는 치마를 준다고 한다.


여행 당시에는 저 긴 나무가 무언가 의미가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3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도원에서 쓰던 집기들을 그대로 전시해 둔 것 같다. 주방도구들로 보인다.


물이나 국을 끓이기 위한 걸개 냄비가 아니었을까?


예수께 무엇을 빌었는지 어딜 가든 기도하는 행위와 동전 던지기를 세트인 것 같다.


대메테오라에서 보이는 바를람 수도원 전경이다. 기암괴석이 장관이다.


이제 다시 발길을 돌려 바를람 수도원으로 내려가는 길에 찍은 대메테오라. 바위 위에 지은 수도원. 1988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어딜 가든 유럽에서는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다들 가볼 만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메테오라다.


바를람 수도원 인근에서 보는 루사노 수도원이다. 루사노 수도원은 좁은 계단길 외에는 접근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절벽 크기와 수도원 크기가 비슷하다. 마치 바위를 깎아서 만든 수도원 같다. 바위 위에 지은 것이 아니라.


진안 마이산처럼 말 귀처럼 생긴 바위다. 어떻게 보면 스머프 마을의 집들 같기도 하다.


바를람 수도원. 두 번째 수도원이다.

무언가 잘 정돈된 느낌을 주는 수도원이다. 건물들도 깔끔하고 조경이나 색감의 배치가 아름답다.


누군가의 행복과 건강, 그리고 돈을 위해 유로를 내고 초에 불을 붙여 밝힌다. 그리고 기도한다. 내가 아는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와인이었던가 맥주였던가를 저장하던 통이었던 것 같다. 아마 와인이었던 듯하다.


수도원에서 아래에 있는 마을로 내려보내 물자를 조달하던 도르래다. 일일이 내려갔다 올라올 수 없으니 나름 현명한 방법으로 물자를 조달하던 지혜가 돋보인다.


그리스 정교의 십자가. 그 깃발이 휘날리며 그 옛날 종교의 위용을 자랑하는 것 같다.


바위가 고르지 않은데도 그 위에 건물이 이어 붙여 지은 것 같다. 수많은 백성들의 희생이 배어있지 않을까 싶다.


바를람 수도원 관람을 마친 후 세 번째 수도원으로 이동하는 길에 있는 뷰포인트에서 찍은 전경들이다. 여기는 포토스폿인지 관광차들도 다 멈춰서 사진 찍을 시간을 준다.

그들은 부산하다. 그러나 난 수도원은 2개를 메인으로 하고, 돌아가는 길에 루사노까지만 섭렵하고 갈 계획이어서 여유가 있다.


그런데 계산을 못했던 것이 기차 시간은 5시 정도로 정해져 있는데, 시외버스 거의 한 시간에 한 대씩 있어 버스를 기다렸다가는 기차를 놓칠 것 같아 그대로 걸어서 기차역까지 갔다. 내려가는 길이라 한결 발걸음이 가볍고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쁘지 않았다.


저 멀리 대메테오라, 바를람 수도원 전경이다.


루사로 수도원이 포함돼 있는 메테오라 비경이다. 확 트인 시야와 기암괴석이 눈을 즐겁게 한다.


관광버스에서 내려 저마다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들도 내 기준에는 사진의 피사체가 될 수 있다. 다들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서인지 초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걸어서 내려오는 길이다. 햇살이 따갑지만 상쾌하고 걷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수도원의 높이와 위용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 옛날 장인들의 솜씨에 경의를 표한다.


내려오다 보면 포도밭도 만난다. 저 포도로 그리스산, 아니 칼람바카산 와인을 만드는 것이려라.


계속 연달아있는 기암괴석. 그 기암괴석을 만들어낸 자연에 놀란다. 자연의 신비다.


그렇게 40분 여를 걸어 마을 어귀로 내려오니 시원한 폭포수가 나를 맞아준다.

동네에 치킨랩 맛집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칼람바카에서 아테네로 가야 하지만 난 당일치기를 끝내고 비엔나로 돌아가야 했기에 아테네 대신 테살로니키로 기차를 타고 갔다.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기차역에서 공항 가는 버스 대기시간과 길이 막혀 비행기 출발 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해서 테살로니키에서 하루 더 잘까 했으나, 마침 비행기가 한 시간 연착하는 바람에 그 비행기를 타고 비엔나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단 하루의 여행. 긴 여행이었지만 난 또 하나의 추억을 얻었다.

메테오라. 그냥 가서 눈으로 즐기기만 하면 되는 곳. 아테네를 여행한다면 꼭 하루를 내어 다녀오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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