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작품은 가장 바쁠 때 나온다" ep.1

by 비엔나 보물찾기

여느 때처럼 그날의 신문기사를 온라인에서 읽다가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는 칼럼을 만났다.

한국경제신문에 고두현이라는 시인이 쓴 문화살롱 연재인 것 같은데,

제목은 "최고의 작품은 가장 바쁠 때 나온다"였다.


두 번씩이나 가봤던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 그림 중 하나가 눈에 들어온 이유도 없지는 않았지만, 제목의 강렬함에 이끌렸던 것 같다.


고두현 시인은 "시간 압박의 역설"이라는 표현을 쓰며 도스토예프스키가 대학 '죄와 벌'을 쓸 당시에는 늘 돈과 시간에 쫓겼는데, 형과 시작한 잡지와 출판사가 망하고 형이 갑자기 죽고 그 빚을 떠안게 되었으며 설상가상으로 형수와 조카들의 생계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거기에 돈이 궁해 다른 출판사와 새로운 장편소설을 완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죄와 벌'을 탈고했다고 한다.

고두현 시인은 그야말로 극한 상황에서 초인적인 집중력과 에너지가 솟아난 결과물로 설명을 한다.


'삼총사'를 쓴 알렉산드르 뒤마, '파리의 노트르담'을 쓴 빅토르 위고,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는 물론 천재화가로 '천지창조' 천장화를 그려낸 미켈란젤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의 백미 '야경꾼(Night watch)을 남긴 렘브란트까지.


그 모든 천재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가장 바쁜 한계상황에서 놀라운 집중력, 창의적인 사고력, 심리적인 동기부여 등으로 후세에 길이 남을 예술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아래 칼럼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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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앞서 열거된 천재 예술과들과는 분명 스케일과 결이 다르지만 위 칼럼에 주목하게 된 나의 경험담을 풀어볼까 한다.

11831_17078_4358.jpg *출처: 데일리 투모로우 기사

시간을 아껴 쓰게 만든 계기: 삼수

나는 원하는 대학에 가려다 보니 어찌하다 삼수까지 하게 되었다. 그 당시 고3 때 짝을 비롯해 친한 친구들이 대부분 현역으로 대학에 들어갔었는데, 내가 재수하는 동안 만나니 그 재수생과 대학 신입생의 거리는 너무 크게 느껴졌다. 학점이 어떻고, 소개팅이 어떻고, 과방이 어떻고 하는 얘기들은 재수생인 나에게는 너무나 먼 얘기면서 나와는 다른 세상의 언어 같았다.


그러다가 재수학원에서 2년을 전전한 뒤에 친구들보다 2년을 대학에 늦게 들어간 지라 마음이 '이제부턴 그 2년을 메이크업하기 위해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자'라고 마음먹고는 그에 맞춰 대학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운이 좋게 군대 26개월 중 2개월이 여름 방학에 걸치게 되면서 만 2년 만에 군대를 마쳤다. 먼저 대학에 들어간 친구들은 군대 간다고 한 학기 쉬고, 돌아올 땐 또 학기가 안 맞아 한 학기 쉬면서 차이는 2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또 외무고시 공부한다, 감정평가사 공부를 한다면서 한 학기, 일 년을 휴학하고 내가 있는 동네로 와서 학원도 다니고 공부를 하던 친구들. 그들에 비해 나는 늘 '효율적인 시간'을 강조하던 터라 휴학 없이 매 학기 18~21학점을 들으면서 학교 공부 외에 내가 하던 공부를 했다. 그렇게 또 그 1년의 간격은 또 좁혀졌다.


마지막에 그 친구들은 취업준비한다고 또 1년 넘게 소위 취준생으로 졸업을 뒤로 미루고 직장을 알아보던 터라 이제는 오히려 시간 상으로는 내가 앞서는 결과가 돼 버렸다.

나는 군대 26개월에 대학 입학부터 대학원 수료까지 12학기를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내리 달렸더니 내가 대학원 수료할 때까지 그들은 학부 졸업을 안 한 결과가 돼 있었다.


이 이야기는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학원에서 보낸 2년이 그 이후 적어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도록 나를 채근하는 계기가 되었고 인생은 중간에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나름의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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