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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May 01. 2022

이탈리아: 로마 공항에서 분실물 찾기

절대 절대 서두르지 말자

로마 여행을 마치고 비엔나로 돌아가는 가기 위해 공항 시큐리티 체크를 지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로마 시내에서 타짜도로 커피도 마시고, 사람들이 엄청 줄 서 있는 파니니 가게도 가다 보니 너무 촉박하게 공항에 도착한 것이 화근이었다. 공항 짐 보관소에 맡겨둔 핸드캐리 가방을 찾아 서둘러 시큐리티로 갔다.


보통은 백팩만 하나 달랑 메고 가는데, 이번은 핸드캐리 가방을 하나 가지고 갔었다. 짐 개수가 많은데 점퍼, 노트북, 백팩, 핸드캐리 가방을 모두 트레이에 담아야 해서 트레를 많이 쓰면 헷갈릴까 봐 트레이 개수를 줄인다고 핸드캐리 가방 옆에 노트북을 놓았다. 그런데 핸드캐리 가방에 호텔에서 먹던 오렌지 마말레이드와 트러플 소스가 들어 있어 별도로 시큐리티 직원이 그 가방을 열어 물건을 확인하고는 트레이 채로 나한테 돌려주었다. 문제는 그때였다. 그 직원이 가방을 연다고 노트북을 옆에 뺀 걸 잊고 나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이미 보딩 시간이 한참 지난 후이기도 하고 트레이에 아무것도 없어서 서둘러 게이트로 가서 비엔나로 돌아왔다.


그런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 건 비엔나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난 후였다. 아뿔싸, 노트북을 안 챙겨 온 것이다. 마침 부활절 연휴라 Lost and Found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공항 대표 번호로 했더니 부활전 연휴라 Lost and Found가 문을 닫았고 평일 9시 넘어오라는 대답뿐. 오래 고민했다. ‘어차피 연휴 한가운데였으니 사무소는 문을 닫았을 테고, 시큐리티 서비스나 누군가는 보관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만약 찾으러 비행기를 타고 갔는데 노트북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하지? 비행기 값을 날리는 것은 물론 평일에 또 찾으러 가야 할 텐데?. 고민 고민하다가 다음날 새벽에 로마행, 그날 오후 12시 반에 비엔나 오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로마 공항에 내리자마자 서둘러 시큐리티 체크 라인으로 갔다. 거기서 그 전날 내가 지나왔던 라인에 가서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했더니, Baggage Claim 옆에 Lost and Found로 가서 물어보란다, 그 직원 말대로 갔더니 거기는 항공기 안에서 잃어버리거나 항공기와 짐이 같이 오지 않아서 잃어버린 짐을 찾아주는 곳이지 시큐리티 체크에서 잃어버린 짐을 찾아주는 곳이 아니었다.


또 직원 여럿 붙잡고 물어물어 갔더니, 결국 돈을 내고 짐을 맡기는 짐 보관소가 시큐리티 체크에서 잃어버린 짐을 임시 보관하는 곳이었다. 거기 온 물건들은 비닐포장하고 일련번호 붙여서 목록을 만든 후 인터넷에 게시하는 것 같았다.

 * 로마 피우치미노 공항 짐 보관소: 도착층 출구에서 나오면서 오른쪽 복도 끝에 위치. 짐 보관료는 하루에 10유로


Lost property vs Lost and Found


처음에 수소문 수소문해서 찾아간 곳이 짐 보관소였는데, 거기 앉아있는 연로하신 할아버지께 여기가 Lost and Found냐 물었더니 아니란다. Baggage Claim으로 가서 알아보란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려니 이미 출구로 나와버려서 다시 갈 수가 없다. 고심 끝에 오후에 돌아가는 표가 있으니 일단 다시 출국장으로 갔다가 나오면서 들리자 마음먹었다. 그래도 그전에 마지막으로 확인 차원에서 대표전화로 걸어서 하고 한참을 씨름한 결과, 짐 보관소로 가라는 말이었다. 난감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건가. 돌아갈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그래서 다시 한번 짐 보관소로 갔다. 이번엔 다른 여자분이 데스크에 있고, 그 할아버지는 뒤에서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그래서 여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노트북 외양을 설명했더니, 짐 보관소 한켠에 분실한 날짜가 붙은 박스에서 내 노트북을 꺼내주었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그런 나를 보더니 그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너 아까 Lost and Found라고 하지 않았냐. 이 경우 너는 Lost property라고 했어야 했다” 그렇다. 실제로 공항 안내문에는 그 둘이 분실 위치에 따라 다르게 설명되어있고, 찾으러 가야 하는 곳도 다르다.


Lost and Found는 시큐리티 체크 지나서 출국장이나 항공기에서 잃어버린 짐이나 그 짐을 보관하는 곳을 의미하고, Lost property는 시큐리티 체크에서나 그 이전에 잃어버린 짐을 의미한다는 것을 직접 경험으로 체득한 날이다.


혹시 로마공항에서 짐을 분실하면 분실한 위치를 잘 더듬어 기억하고, 거기에 맞춰 짐을 찾으러 가야 한다. 아래 안내문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결국 비행기 시간에 촉박하게 공항으로 가면서 허둥지둥 제대로 물건을 안 챙기는 바람에 비엔나에서 로마를 한나절에 주파하는, 소위 ‘동경에서 점심 먹고 북경에서 저녁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예방주사 치고는 비행기값,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던 하루였다. 오늘의 교훈. 절대 서두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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