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일까, 포도주스일까, 탄산 음료수일까. 애매하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을 즈음에만 맛볼 수 있는 와인이 있다. 이름은 스투름, 슈투름, 슈투엄. 독일어 문외한에게는 어떻게 발음해도 좋다. 독일어로는 Sturm이다.
이 슈투름은 기본적으로는 와인이다. 그러나 마셔보면 탄산 포도주스 같기도 하고 그 위치가 애매모호하다. 다만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달디 단 햇와인.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햇포도가 발효되는 도중에 짜낸 술이라 와인처럼 선명하지 않고 무언가 뿌연 알갱이로 가득 찬 찐득한 느낌이다. 그 뿌연 알갱이는 효모라고 한다. 술병 안을 둥둥 떠다니고 바닥에도 가라앉아 있다. 마치 우리나라 막걸리 같다. 가라앉아 있는 효모는 병을 뒤집어 흔들면 술과 다시 섞인다.
병을 흔들어서 뚜껑을 따려고 하면 치이익 소리와 함께 탄산이 새어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알름 두들러나 콜라 같다. 그래서 와인과 탄산 포도주스의 가운데 즈음에 있는 술이라고 부르나 보다.
포도주스 같이 보여도 그래도 술이다. 보통 약한 것은 4도에서 센 것은 10도 정도 되니 맥주 보다 조금 더 알코올이 더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그 알코올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아주 달다. 단 맛이 알코올을 압도한다고나 할까.
가을에 비엔나나 오스트리아 어느 곳을 들리게 된다면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면서 음료는 슈투름 한잔 시켜서 먹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매년 가을이 되면 '비엔나 포도밭 걷기' 행사가 19구에서 개최된다. 그 해 와인을 만들기 위한 포도를 수확하고 나면 와이너리를 사람들에게 개방한다. 이때 비엔나 와이너리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햇 슈투름을 맛볼 수 있다.
해가 좋은 가을날. 와이너리를 거닐며 마시는 슈투름.
또 하나의 비엔나가 허락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