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공공기관 대리의 퇴사일지 08
진리의 말말말
1. 부바부
2. 나도 안 잘리지만 쟤도 안 잘린다.
퇴사 3주 후, 전 직장 동기들과 만났다. 퇴사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장난스럽게 로또에 당첨됐다고 답을 했다. 많은 건 안 바란다, 카드빚만 갚아주라 등등 농담을 주고받았다. 한참 시시콜콜 이야기하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회사에서 있던 각종 일들을 쏟아냈다. 나도 직장인인 척 함께 했다.
일례로 한 동료가 퇴사하려다 만류당하여, 결국 휴직한 일이 있었다.
그를 다루는 일부 사람들의 태도가 가관이었다. 도무지 장난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그 동료의 전임자에게 해댔다. 당신이 인수인계를 잘못해서 퇴사하려는 거 아니냐는 둥, 당신이 휴직하고 그 사람 돌려내라는 둥... 자신의 말뜻을 인지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은 기껏해야 입사 3년 차였다.
도대체 동 직급 사람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는 말인가. 자리에 앉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퇴사 욕구가 더욱이 불타올랐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다들 돈 벌고 살기 팍팍한 현실에서 굳이 동료들을 깎아내리는 심리는 무엇일까. 그런 언사를 통해 자신의 흥미를 채우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동기들은 매우 놀랐다. 아직도 그런 일이 존재하냐고 물었다.
부바부.
모든 일은 부서 바이 부서라는 걸 체감했다. 외부 민원은 어느 공공기관이나 일정 강도를 기준으로 특이한 편차를 보이진 않는다. 다만, 내부 민원은 편차가 크다. 어떤 시기에는 괜찮은 업무 환경을 갖추고 있던 부서도, 인사철 이후에는 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부 민원이 외부 민원보다 힘든 이유는 지속성에 있다. 외부 민원은 한 건의 업무가 마무리되면 더 이상 제기되지 않는다. 따라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지나갈 거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민원은 둘 중 한 명이 퇴사하지 않는 이상 계속된다. 그것도 매일매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것만큼 힘든 게 있을까.
아주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나도 안 잘리지만 쟤도 안 잘린다.
왜 이런 말이 생긴 걸까. 분명히 모든 공공기관은 인성검사를 하는데 말이다.
내부 민원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매일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측은 참아야 하기 일수이다. 또한, 서로의 업무 프로세스를 알고 있기에 꺼려지는 부분이 존재한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한, 직급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외부 민원은 해결이 한결 쉽다. 업무 지침이라는 객관적인 기준 하에서 융통성 있게 대응하면 된다. 그리고 외부의 일은 힘들더라도, 동료들과 단합하면 이겨낼 수 있다. 서로 공감해주고 함께 해결책을 찾으면서 힘든 감정은 해소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부 민원으로 인하여 동료들과 단합할 수 없다면, 문제의 해결은 희미해진다.
얼마 전 종영한 화제의 작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만 보아도 그렇다. 우영우를 반대하는 사람은 의뢰인들보다 장승준이나 권민우 같은 내부의 사람들이다. 의뢰인 중에도 존재했지만, 모두 한두 회로 끝나는 서사였다.
내부 민원의 지속성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외부 민원보다 힘든 건 내부 민원'이라는 주제를 들고 온 이유이다.